조승수 "다음달 '제2의 조승수' 나올 것"
[프레시안 2005-09-2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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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임경구/기자]   대법원의 29일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이 이날 저녁 '마지막으로' 국회 기자실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법원 판결에 대해,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서의 1년 6개월 동안의 활동에 대해 자신의 심경을 7분여 동안 담담하게 피력한 뒤 기자들과의 간단한 악수를 끝으로 국회 기자실을 떠났다.
  
  노회찬 심상정 의원 같은 '대중적 스타'는 아니었지만, 조 의원은 상임위(산자위)에서 방폐장 문제, 에너지 문제 등에 대한 밀도 있는 정책 제시로 주목받으며 '정책형 의원'이라는 당 안팎의 평가를 받아 왔다. 당내에선 의원단 부대표로 활동하며 다른 의원들의 원내 활동을 묵묵히 뒷받침해 왔다.
  
  그의 이런 활동을 지켜본 기자들은 그의 신상발언 뒤 박수와 함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격려의 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조 의원의 국회에서의 마지막 발언을 게재한다. 미리 준비한 원고는 없었다. <편집자>

  
  "주류와 비주류의 차이가 이번에도 적용된 것인가"
  
  민주노동당 조승수입니다. 오늘 대법원으로부터 의원직 상실에 준하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자랑스럽게 브리핑 할 내용은 아니지만 워낙 여러분에게서 연락이 와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섰습니다.
  
  대법원 결정은 현실적 결과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참으로 납득도, 이해도 하기 힘든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오늘 묘하게도 열린우리당 두 분과 한나라당 한 분의 대법원 상고심이 함께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 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른바 우리 사회의 메인스트림, 주류와 비주류의 차이가 이번에도 적용된 것인가 하는 의심을 솔직히 지울 수 없습니다.
  
  16대 말 개정된 현행 선거법은 돈 안 드는 깨끗한 선거, 금권선거, 흑색선전을 방지하겠다고 만들어졌습니다. 사법부 역시 기회 있을 때마다 악질적, 고질적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세 분의 결과는 잘 됐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간 40여 명에 이르는 현역 선거법 위반자 중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습니다. 김맹곤 의원이 그랬고 이철우 의원이 그랬습니다. 사법부가 얘기하는 금권, 흑색선전 선거를 엄단하면서 사법적 진실과 정의가 세워졌는가, 그것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힘든 심정을 갖고 있습니다.
  
  결과는 내려졌고 이번 대법원의 결과로 인해서 무엇보다도 상심에 빠져 계실 지역 주민들에게 또 다시 선거를 해야하는 어려움을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많은 격려했던 당원과 당에도 적지 않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노당 의원 10명에게 붙여졌던 '10인의 전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원직 상실로 제가 국회를 떠나게 되고 9명의 의원으로 앞으로 힘겹게 의정활동을 해야 하지만 다음달 재선거를 통해 '또 다른 조승수', 새로운 전사가 보충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미 우리 사회가 양극화되고 노동자 서민들의 생활은 파탄 나 있어 진보정당은 상당기간 집권을 두고 급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이를 현실화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민노당의 잘못입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를 해주신 언론 종사자에게 감사 드리고 당장은 10월 재선거에 공식적인 역할을 할 수도 없겠지만 허용하는 범위 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해 반드시 내가 빠진 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민노당에 대해 보여주신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 진보정당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일 많았습니다. 꿋꿋이 가겠습니다. 많은 격려와 도움을 주십시오.
  
  개인적으로는 세웠던 목표가 있었습니다. 10명의 의원이 대단한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노당이 입법 발의를 하고 의정활동 통해 진보적 의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으나 일천한 경험, 교섭단체 같은 특권적 구조 때문에 이루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많은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에 대한 비판도 많이 했습니다. 세간의 관심인 방폐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12월 주민투표를 통해 4곳 중 한 곳이 선정될 가능성 많습니다. 비록 선정된다 하더라도 정부가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절차를 공개하지도 않고 공무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방폐장은 우리가 핵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두고 '핵 마피아'라 불리는 이익 그룹들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이 부분을 다 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안타깝습니다.
  
  오늘도 대전에서 재래시장에 들렀는데 정말 어려운 상황입니다. 재래시장 특별법 제정 과정은 철저하게 점포 상인들을 중심으로 해야 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이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라 우려됩니다.
  
  제가 오늘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민주노동당 당원직은 누구도 상실시킬 수 없는 자랑스러운 자리입니다.

임경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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