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동자들이 죽어간다'
[노컷뉴스 2005-09-27 08:44]    

지하철 노동자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하 선로에서 일해 온 노동자는 폐암으로 숨졌고 지하 작업장 내에는 각종 유해요인이 가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3년 서울지하철공사에 입사해 전기 업무를 담당해 온 오모씨(37)가 숨진 것은 지난 1월.

오씨의 사망 원인은 폐암이었고, 그동안 오씨의 유족과 노조 측은 산재 인정을 요구해 왔지만 지하철 노동자 건강에 대한 실태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쉽사리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그러던 지난 23일 산재가 최종적으로 승인됐다.

지하철 노동자 폐암으로 사망 등 각종 유해 요인에 '무방비 노출'

오씨의 사망은 유해한 노동 환경 때문이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늦게나마 산재가 인정된 것이 다행이지만 지하철 공사 측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번 결정이 작업 환경의 유해성을 드러내지는 않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유족들한테 혜택을 주는 차원에서 산재가 인정된 것일 뿐, 작업 환경의 유해성 때문에 사망했다고 인정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오씨는 예외적 사례일 뿐 노동자들이 일하는 지하철 내 작업장 환경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라고 것이다.

하지만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지난 5월 서울지하철 5,6,7,8호선 작업장을 대상으로 벌인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간에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터널내 레일 연마작업시에는 흡입성 먼지의 농도가 최고 50mg/㎥에 이르렀다.

지하철고사 관계자, "예외적 사례일 뿐"…흡입 먼지 농도, 노동자 본인 뿐 아니라 안전운행에도 심각

현재 우리나라는 먼지에 대한 단시간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의 기준에 따르면 시도 먼지에 노출되서는 안 되는 수치다.

또 고압물청소 작업중에는 흡입성 먼지 농도가 최고 60mg/㎥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하철 전동차 내 이산화탄소의 경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조정식 의원이 이미 공개한 자료에서 국 13개 노선의 평균이 다중이용시설 기준치인 1,000ppm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번 실태 조사에서도 지하철 운전석에서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고 5,000ppm이상으로 나타났고 7호선의 경우 평균 1,482ppm, 8호선도 평균 1,224ppm의 이산화탄소가 검출됐다.

특히 이 같은 수치는 승무원의 집중도를 크게 둔화시키고 쉽게 피로를 쌓이게 할 수 있어서 지하철 안전 운행과도 직결돼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곽현석 연구원은 "승무원실의 경우 평균 1000ppm정도의 이산화탄소가가 지속된다고 하면, 지하철 안전운행과 밀착 관계가 있다고 볼 수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조사는 조사가 가능한 도시철도공사를 대상으로 이뤄졌지만 그보다 더 노후한 서울지하철공사의 지하철은 노동 환경이 더욱 열악할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노동자들이 방진 마스크와 같은 보호장구를 갖추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 노동자의 말이다.

현장 노동자, "일하고 들어오면 코 주위가 온통 시커멓게 변해 있다"

수십년간 선로 위에서 작업을 해 온 한 노동자는 "마스크를 쓰고 있기는 해도 먼지와 가스를 다 막을 수는 없다"라며 "밤에 일하고 들어오면 코 주위가 온통 시커멓게 변해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 같은 방진 마스크를 쓰고 작업한 것도 몇해 되지 않는다.

또 상당수 지하 터널에는 오염된 공기를 배출시키는 환기시설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환기 시설이 마련돼 있더라도 주로 작업이 이뤄지는 야간에는 소음 등의 문제로 환기 장치를 가동하지 않아 노동자들은 유해 요인이 가득찬 밀폐 장소에서 땀을 흘리게 된다.

앞으로 이러한 사정이 시정되지 않은 채 스크린도어 설치가 확대된다면 그나마의 환기 통로를 막아버리는 꼴이라고 노동자들은 밝혔다.

하지만 당국은 이러한 사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지하철 역사에 대한 환경 실태 조사는 자주 이뤄져 왔지만 대상은 승강장과 개찰구 등 이용자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에도 지하철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선로 위나 승무원실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지하철 환경 실태 조사, 이용자 중심…노동자는 뒷전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지하 역사의 승강장, 대합실을 위주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선로나 객차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라돈 등 다른 유해 요인들도 상당할 것으로 추측만 할 뿐, 정확히 얼마나 위협적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것이다.

이에 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어서 서울지하철노동조합, 한상국 산업안전부장은 "지하노동자들의 유해인자 노출실태에 대한 정밀조사를 촉구하고, 퇴직 노동자들 건강에 대한 역학조사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공공연맹과 서울지하철노조, 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은 27일 오후 2시 이 같은 실태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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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 2005-09-28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우리 모두 노동자.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의 근무환경 개선에 좀 더 관심을 갖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