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과 매혹’은 한 살인사건과 그 분석에 매달린 프랑스 지성인들의 이야기다. 1933년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도시 르 망에서 하녀로 일하던 파팽 자매가 주인 모녀의 눈알을 맨손으로 뽑아 죽인 엽기적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시신은 난자당했고, 동성애 관계이던 범인 자매는 “이제 제대로 됐어”라는 말을 남기고 순순히 잡혀간다.

광분한 프랑스 대중은 이들의 공개 참수를 요구했지만, 지식인들은 인간의 본성을 시사하는 ‘상징’을 읽어내려고 이 사건을 부단히 뒤졌다. 지난 70년 동안 수많은 소설과 연극, 영화가 탄생했고, 사건은 지금도 문학 작업의 모티브로 자리를 내어놓지 않고 있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편집증적 범죄의 전형에 대한 들춰내기를 시도한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에로스트라트’에서 주인공 알베르에 파팽 자매를 오버랩했고, 보바르는 사건의 본질적 희생자는 파팽 자매라고 역설한다. 좌파 지식인들은 “주인 마님의 피부를 갖고 싶었다”고 동기를 밝힌 점을 들어 살인을 ‘계급적’ 행위로 해석했다. ‘심연’ ‘의식’ ‘살인의 상처’, 다큐멘터리 ‘파팽 자매를 찾아서’ 등은 그 영상 텍스트들이다. 국내 무대에 올려진 장 주네 원작의 ‘하녀들’은 이 사건이 우리 주변에까지 와 있음을 깨우치게 하는 사례다. 파팽 자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20세기 프랑스 담론인 셈이다.

 

‘악마의 사도’는 도킨스가 25년간 써 온 글 가운데 일부를 추린 것이다. 일부는 기고문이고, 또 일부는 강연 원고다. 과학적 사고로 세상을 읽어낼 수 있도록 작은 창을 제시하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처럼 그가 만들어낸 중요한 생물학적 개념에서부터 다윈주의의 위대함을 역설한 글까지 다종다변한 잡문들이다. 진화의 문제뿐 아니라 윤리, 종교, 대체의학에 관한 글도 실려 있다.

그러나 저자의 명성만 믿고 덤비기에는 난감한 면도 있다. 친절하지도 않을뿐더러 모호한 표현이 수시로 발을 건다. 이 분야 최고 번역자의 손을 거쳤으므로 번역상의 오류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과학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는 책의 일반적 특성으로 볼 수 있다. 즉 과학서적을 읽을 때는 그에 맞는 최소한의 문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의 새로운 장을 연 도킨스의 전작을 읽지 않고 이 책에 도전하면 재미가 덜할지도 모른다. 역으로 생물학적 개념이 조금이라도 정리되어 있다면 그의 날카로운 위트를 ‘쿨’하게 즐길 수 있다.

과학과 진리에 대한 믿음은 이 글들을 관통하는 기본 주제다. 뉴에이지 신비주의와 영성까지도 이 틀에 맞춰 재단해낸다. 다윈주의는 ‘나’라는 존재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문이다.

 

1930년대 중반, 군국주의 국가 권력에 저항하던 일본 좌파 지식인들의 전향이 러시를 이룬다. 저자는 이들의 전향에서 일본 정신사의 가장 중요한 코드를 찾아낸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 쓰루미 슌스케의 대학 강의 노트를 출판한 책.

 

 

 

20세기 세계 어문학사 연구자인 블라디미르 프로프(1895~1970)는 이렇게 언명한다. "민담과 설화가 풍부한 민족이 바로 문화민족이다"라고. 그에 따르면 한 나라의 문화가 주변국을 압도할 수록 그 나라의 이야기와 이야기의 구조는 주변국을 지배한다. 그런 프로프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에 관한 자세한 연구방법과 의미를 일러준다. 기본적으로 러시아 민담에 대한 연구이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와 민담의 비교연구, 민담 연구의 세계적 학파와 연구가들, 유럽 문학 형성에 있어서 이야기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조명하고 있다. 특히 민속문학 연구의 귀중한 참고자료들이 각주 형태로 빼곡이 수록되어 있어 한국의 이야기 연구가 들, 민담 및 설화 연구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스코틀랜드 북서쪽, 북대서양 한가운데 위치한 세인트킬다 섬에서 자연이 주는 소박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수천 년 전의 삶의 방식을 고스란히 간직했던 망망대해의 외딴섬의 일상과, 문명의 개입으로 인한 몰락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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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8-27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민담 연구.. 넘 재밌겠어요... ;;
하튼 라주미힌님의 탐나는 모월 모일 때문에 보관함이 터진다니까! >_<

라주미힌 2005-08-27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판다님을 위한거지용.. 호호..

2005-08-27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