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와인버그의 '최초의 3분' - 21세기 新고전 50권
2005년 08월 24일 | 글 | 임경순 / 포항공대 교수·과학사ㆍ |
 

우주의 창조에 대한 궁금증은 신화가 지배하던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지난 1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현대 우주론의 정설로 자리 잡은 팽창 우주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해 왔다. 대폭발 이론, 정상상태 우주론, 인플레이션 시나리오로 대변되는 팽창 우주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기본 입자와 상호 작용을 통일적으로 이해하려는 표준 모형, 대통일 이론, 초대칭 이론, 초끈 이론, 막우주론 등과 결합되면서 우주와 물질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인간 상상력의 최전선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최초의 3분’은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일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1979년)을 수상한 스티븐 와인버그가 1960년대 중반 이후에 발전한 우주 창조 및 기본입자의 생성, 그리고 자연에 존재하는 여러 힘을 통일하려는 통일 이론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20세기 중반 이후에 우리가 어떻게 소위 ‘표준 모델’에 도달하게 됐는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1948년 러시아 출신의 미국 과학자 조지 가모와 그의 제자 랠프 알퍼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원자핵은 특정한 온도와 밀도의 평형 상태에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태초에 우주가 한 점에서 폭발한 뒤 팽창·냉각돼 단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대폭발 이론을 제기했다. 같은 해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천문학자들인 허먼 본디, 토머스 골드, 프레드 호일 등은 대폭발 이론과는 전혀 다른 정상상태 팽창 우주론을 제안했다. 그들은 우주가 팽창하되 지속적으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 항상 일정한 평균 밀도를 유지한다고 주장했다. 이리하여 196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천문학계에서는 대폭발 이론과 정상상태 우주론이라는 두 팽창 우주론이 서로 대립하면서 경쟁적으로 발전했다.

1960년대 중반에 이르러 대폭발 이론은 정상상태 우주론을 누르고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표준 우주 모형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1965년 미국 뉴저지 주 벨 전화연구소에 있는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극히 예민한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서 마이크로파 탐지 실험을 하던 중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밤낮과 계절에 상관없이 관측되는 복사선을 발견했다. 이 연구팀이 발견한 복사선은 초기의 우주 팽창 과정에서 생겨나서 우주의 팽창과 함께 변화돼 현재의 마이크로파로 지구에서 관찰된 것으로 판명됐다. 이 우주 배경 복사선의 발견으로 대폭발 이론과 정상상태 우주론 사이의 경쟁은 마침내 대폭발 이론의 승리로 결판나게 됐다.

대폭발 이론의 창시자인 가모 역시 대중 과학저술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과학자였으나, 아쉽게도 대폭발 이론이 받아들여진 직후인 1968년 8월 20일 세상을 떠났다. 결국 대폭발 이론을 소개하는 글은 와인버그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와인버그는 1972년 ‘중력과 우주론’이라는 전문적인 책을 집필했는데, 이 내용을 대중을 상대로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이 1977년 출판된 ‘최초의 3분’이다. 빛이 지배하던 처음 100분의 1초에서 물질이 지배하게 되는 처음 3분 45초 동안에 우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흥미 있게 다룬 이 책은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와 함께 우주론과 통일 이론을 다룬 대표적인 대중 과학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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