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중국의 베스트 산업?

9% 고성장의 속에서 ‘특수’속에서 친자확인 소송도 20% 이상 급증
당국은 TV에서 키스도 못하게 하고 성매매 존재조차 인정안해

▣ 상하이= 우수근 전문위원 woosukeun@hanmail.net

1970년대 초 미국의 키신저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에는 매춘부가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는 “물론이죠. 대만에는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키신저가 살아 돌아와 오늘날의 중국을 방문해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키신저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듣게 될 것이다. “중국 경제는 1970년대 개방 이후 매년 9% 전후의 고속성장을 하고 있듯, 성매매 산업도 지난 15년간 44배나 성장했다.”

‘번개 데이트’‘스피드 데이트’유행

중국 대도시 젊은 세대들의 사랑 표시는 대담하고 열정적이다. 그들은 북적거리는 거리에서도 당당하게 프렌치 키스를 한다. 상하이 인민정부청사 앞 녹지공원, 연일 40도를 오르내리는 7월 말의 어느 오후 2시경. 몇쌍의 커플들은 여기저기서 온몸의 교감을 통해 삼복더위를 무색케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나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 광경을 보고 당황하는 것은 십중팔구 중국인과 외견상 큰 차이가 없는 한국인이나 일본인 정도가 아닐까.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성(性)도 이제는 사회주의 특유의 성(聖)적인 성(性)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중국 가족계획협회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국 부부 가운데 3분의 2가 이미 혼전에 성경험을 했다. 동부 연안 대도시에서는 90% 이상, 비교적 보수적인 중부 내륙 지역에서는 45% 정도가 혼전 성관계를 경험한다. 보고서는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혼전 성관계가 금기시돼왔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사회주의 신중국 건국 이후 30여년간 계속됐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이 1978년 개혁개방 바람을 타고 급속히 유입돼 서방식 난잡한 데이트, 간통, 성매매 등이 성행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하이를 필두로 베이징, 광저우 등 ‘잘나가는’ 대도시에는 중국의 개방적인 성 문화의 최첨단을 여실히 보여주는 새로운 현상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일명 ‘번개 데이트’ ‘스피드 데이트’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들어왔다고 하는데 중국 대도시 서구풍의 카페나 바 등에서 자주 이뤄진다. 주로 이벤트 업체가 주선하는데 서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날 때까지 여러 명의 상대를 볼 수 있다. 만남이 성사된 뒤에는 ‘적극적인’ 데이트가 이루어진다. 이 게임에 참가한 적이 있는 톰(Tom·많은 중국의 화이트컬러들이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은 “단시간에 많은 이성을 만날 수 있으니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 좋다. 참가자들은 대개 부담 없이 나오므로 걱정 없이 즐길 수 있어 마음에 든다”고 호평한다.


△ 중국 대도시 젊은이들의 애정 표현은 대담하다. 연일 40도를 오르내리는 오후2시경 끌어안은 커플은 더위를 잊은 듯하다.

하지만 이것을 바라보는 중국 사회 일반의 시각은 다양하다. “스피드 게임? 배우자 선택이 무슨 패스트푸드 선택쯤 되는 줄 아는가”라는 노발대발형부터 “만남의 장이 압도적으로 부족한 중국임을 고려할 때 잘만 유도하면 오히려 음성적 만남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대한 평가도 있다. 사회학자 탄판(潭範) 박사는 이렇게 지적한다. “그 명칭에서도 볼 수 있듯 ‘게임’을 통해 무슨 건전하고 진중한 만남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서방의 퇴폐적 쾌락에 절도 없이 노출되기 쉽다.”

성 개방의 여파로 혼전·혼외 성관계가 급증하자 최근 중국에서는 친자 확인 소송도 급증하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친자 확인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매년 20% 이상씩 늘고 있고 상하이 인근의 저장성에서는 무려 40~50%씩 늘고 있다. 친자 확인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주로 부유층이다. 대도시 가운데서도 홍콩에 인접한 선전 지방은 중국에서도 친자 확인 소송이 가장 많은 곳이다. 선전시 사법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선전 사법부 내 사법감정센터가 지난 한해 동안 의뢰받아 실시한 친자 확인 사례는 하루 평균 2.5건꼴인 1천여건으로 이로 인해 120만위안이라는 톡톡한 수입을 올렸다.

그런데 현재 중국에는 친자 확인에 대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며 중국의 정서상 이와 같은 법률은 앞으로도 만들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민간 기구에서 하는 친자 확인 행위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민간 기구에 의한 친자 확인은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 법원 관계자의 말이다.

왜 여성들은 성매매에 나서는가

얼마 전 중국에서는 <지하 성 종사자 조사>라는 현장조사 보고서가 출간됐다. 이 보고서는 중국의 한 민간 조사전문 업체가 광시성과 윈난성의 주요 대도시를 대상으로 현재 중국 성매매산업의 규모와 실태를 조사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2개 성에만 전업 성매매여성이 10만명 이상이다. 나이는 19~24살이 55%를 차지했고, 학력은 중학교 졸업자가 45%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주된 활동 무대는 나이트클럽과 호텔, 가라오케, 이발관 등이었고, 이들이 화장과 치장에 소비하는 금액은 일반 여성들의 2~3배로 나타났다. 성매매 현장에 나서는 것은 돈 때문이다.

“고향마을에서는 아무리 농사를 지어봤자 매년 500위안(7만원 정도)도 못 벌어요. 그것으로는 아무것도 못해요.” 2년 전 서부 내륙의 구이저우성에서 상하이 드림을 찾아 왔다는 리(李·26)씨. 빈농에서 태어나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한 그의 직업은 이발소에서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짙은 화장으로도 얼굴 가득 펴 있음직한 크고 작은 기미가 듬성듬성 보이는 그의 고향에는 건설 일자리를 찾아 전전하는 남편과 할머니 손에 맡겨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한명 있다. “아이에게 나와 같은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내가 벌어야 해요. 우리 애는 꼭 대학에 보내 돈을 많이 벌게 하고 싶어요.”

한편 과거의 중국 창녀들과 오늘날의 성매매 종사자들은 그 출신성분과 종사 배경이 다르다. 이전의 창녀들은 어쩔 수 없는 생활고에 의한 최후의 수단으로 몸을 파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만도 않다. 실제로 상하이시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윤락에 종사하는 여성 가운데 63%가 일정한 직업과 고정 수입이 있는 직장인이고 25%만이 무직이었다. 일정한 직업이 있으면서도 더 많은 돈벌이와 쾌락을 얻고자 매춘업에 종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매월 100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이는 중국의 대졸 초임이 30만원에서 45만원 정도인데 적지 않은 유혹이다.


△ 편의점에 진열된 콘돔들. 가장 좋은 위치에 비치되어 원하는 사람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중국은 콘돔의 천국이라 할 만큼 세계각국의 다양한 콘돔이 판매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성매매는 위법일 뿐 아니라 대단히 위험한 행위다. 적발되면, 그것도 ‘운 없이’ 뇌물이 통하지 않는 공안에게 적발되면 성매매행위를 한 사람은 150만원 이상의 벌금이 부과되며 성매매업자와 성매매 여성은 영업정지와 풍속사범으로 구속된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성매매를 한 사람은 자칫하면 주민증이나 신분증 등에 ‘호색한’이라는 빨간색 낙인이 찍힌다. 그리고 소속 사회단체, 직장, 가족 등에 통고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성매매 산업은 조직폭력단과 연관이 되어 있으며 지방정부 관리나 기관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비호를 받고 있다. 그래서 단속이 쉽지 않다. 성매매는 에이즈의 확산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유엔은 2003년 7월 중국의 에이즈 감염자가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2010년이면 2천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매매는 앞으로도 그 열기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정부는 야심적으로 ‘서부 대개발’이나 ‘창강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8%대의 고성장을 유지하는 ‘특수’ 아래 성매매업 또한 더욱 다양한 형태로 고성장을 구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어떤 이들은 중국의 고성장 산업 베스트 5위에 매춘업을 랭크시키기도 한다.

서방의 한 중국통 언론인은 20세기 중국의 역사를 세 가지 ‘혁명’으로 비유한 적이 있다. 첫째는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혁명이고 두 번째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혁명,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작금의 중국 청춘남녀들의 성 개방 혁명이 그것이다.

중국식 사회주의의 표리부동

이런 만연한 현실에도 중국 당국은 그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성에 대한 규제 역시 개방 풍토를 따라가지 못한다. 중국의 TV 채널에서는 아직도 웬만한 키스 장면조차 제대로 비치지 못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생은 재학 중에 결혼이 허용되지 않았으며 결혼한 부부가 모두 대학원생이라도 같은 방을 쓰게 배정하지 않거나, 아직도 결혼증명서가 없으면 남녀가 함께 숙박시설에 투숙할 수 없다고 규제하는 등 규제집을 만들기 위한 비현실적인 규제가 즐비하다.

탄 박사는 “현재 중국을 휩쓸고 있는 성 개방 혁명의 한 원인은 중국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철저한 통제사회 시스템이 중국인들의 끓어오르는 사랑을 제도적으로 시기적절하게 잘 수용해내지 못하고 있는 데서도 찾아진다. 달리 말해 어떤 의미에서 지금과 같은 중국의 성 풍조는 흔히 말하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표리부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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