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에 장애인 끼여 숨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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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어제 오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탔던 50대 지체 장애인이 발판이 아닌 고무으로 된 핸드레일에 말려들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김주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국철과 인천지하철이 만나는 부평역은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3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늘 붐비는 곳입니다.
국철에서 인천지하철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길이 40미터 가량 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더 내려가야 합니다.
지체장애 3급인 53살 박 모 씨 역시 일반 승객들과 함께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 때가 오후 4시 10분 쯤.
몸이 불편한 박 씨는 거의 주저 앉다시피할 정도의 자세로 에스컬레이터 끝까지 내려왔습니다.
그 순간 박 씨는 뒤에서 오는 승객들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 왼쪽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녹취:사고 현장 목격자]
"다 와서도 아저씨가 여기 이렇게 앉아 있었어요. 뒤에서 사람들이 내려오자 이쪽으로 옮겨 앉아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멈춘 거예요."
사고 직후 박 씨는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4시간 뒤 숨졌습니다.
인천지하철측은 안전 장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김권수, 부평역장]
"그 기계는 누가 눌러서 작동이 멈춘 게 아니고 충격을 가하면 멈추게 되있어요."
경찰은 작동중이던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부분에 박 씨의 등 부분이 닿으면서 말려들어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끝 부분에는 핸드레일과 발판 사이에 약 17센티 미터의 간격이 있는데 이곳에 끼여 사고가 났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과실 여부가 드러나면 관리 책임자를 처벌할 방침입니다.
오늘 퇴근할 때 보니 에스컬레이터가 멈춰 있었다.
그랬구나.
편리함에 끼인 참변은 너무 무표정했다.
누군가에겐 편리하고, 누군가에겐 위험한 구조의 개선.
무엇이 가능하게 할까.
에스컬레이터에 앉아 있던 사람의 과실도 문제지만,
그가 가진 이 사회에 대한 피로감은 우리의 문제이다.
선진국은 GNP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피로감을 덜어 줄 수 있는 사회가 선진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