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출판, 종이와의「공존공생」모색


John Borland (CNET News.com) 11/08/2005
프린스턴, 유타 등 미국내 10개 대학 서점의 교재 진열대에 큰 변화가 생긴다. 오는 가을학기부터 두꺼운 하드커버 교재와 새로운 카드가 나란히 놓여 주인을 기다리게 되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과 '심리학의 정수'와 같은 두꺼운 책 옆에는 33% 할인 혜택을 주는 카드가 나란히 놓인다. 이 카드의 정체는 디지털 텍스트 다운로드를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이러한 서비스는 매 학기마다 교재비로 수백 달러를 지출해야 하는 학생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새로 도입된 디지털 교재를 이용하려면 사용 방식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다운로드받은 교재는 하나의 컴퓨터에 잠금 상태로 저장해야 하고, 유효기간도 5개월로 제한된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10개 대학의 서점 관리자들은 사용에 대한 몇 가지 제약 때문에 꺼리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컴퓨터 이용이 많은 학생들에게 디지털 옵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해지므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 서점 마케팅 이사 버지니아 프랑스는 "현재 학생들의 반응을 수집중"이라며 "이번 시도는 그동안 대학 서점들이 시도했던 다른 시도와 같은 맥락에 있다. 하지만 서점을 변화시킬수 있는 최초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꽤 괜찮은 아이디어"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들이 디지털 출판으로 옮겨가려는 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디지털 교재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전망이다.

사실 지금까지 e북은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비평가들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서적 분량의 장문을 온라인상에서 읽기를 꺼려하고, 또한 시중의 e북용 기기들도 대중성을 얻기에는 너무 고가라고 지적했다.

인터내셔널 디지털출판포럼에 따르면 전체 출판 시장에서 e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가장 최근 발표된 통계를 보면 2004년 3분기 유통업체들의 e북 매출은 320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e북 시장의 주요 이슈는 음악, 영화와 마찬가지로 복제방지 문제다. 물론 서적이 음악이나 헐리우드 영화처럼 온라인을 통해 활발히 교환되고 있지는 않지만 파일교환 네트워크, 인터넷 릴레이 챗, ICrC, 채널 등을 검색하면 다운로드 가능한 수 만개의 서적을 찾을 수 있다.

출판사들은 그동안 무제한 복사 가능성 때문에 아예 e북을 시도하지 않거나 어도비 아크로뱃, MS 리더 포맷 등 복사 제한 조치가 내장된 형태로 e북을 출판했다.

넘어야할 산, 불법 복사
최근 몇 년 사이 교재 출판 시장도 디지털 화라는 대세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 출판사들이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판매량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올 가을학기부터 시작될 시범 프로젝트는 다양한 출판사와 미국 최대 교재 도매업체 중 하나인 MBS텍스트북 익스체인지가 참여하는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다. 출판사로는 맥그로우힐 하이어 에듀케이션, 휴톤 미플린, 존 윌리&선즈, 톰슨 러닝, 세이지 퍼블리케이션 등이 참여하고 있다.

MBS 텍스트북 익스체인지는 출판사 및 일부 서점이 코드입력을 마친 카드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출판 시장을 성장시키면서도 기존 유통 시장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서적관련 뿐만 아니라 재고와 회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MBS 텍스트북 인스체인지 광고 및 프로모션 관리자 제프 코헨은 "지난 2~3년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디지털 교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학생들은 기존에 서점에서 책을 구매했다. 우리는 새로운 것과 기존의 방식을 모두를 운용함으로써 학생과 서점, 모두에게 중요한 기회를 만들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진다. 새 책, 중고 책, 혹은 카드를 이용해 33%저렴한 디지털 서적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초기의 카드시스템은 확인 작업이 완료된 특정 서적으로 제한되며, 학생들은 어도비 아크로뱃 포맷으로 한 대의 컴퓨터에서만 교재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초기 단계에 디지털 포맷으로 서비스될 교재는 이용 빈도가 높고, 출판사들이 텍스트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서적으로 서점당 평균 30권 정도다. 코헨에 따르면 이용 가능한 서적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디지털 형식을 이용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다운로드 가능한 서적은 키워드 검색이 가능하고, 어도비 소프트웨어를 통해 음성으로 읽을 수도 있으며, 북마크도 할 수 있다.

디지털 서적의 유효기간은 150일이지만 몇 학기에 걸쳐 사용되는 교재일 경우 출판사에 요청해 유효기간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인쇄에도 제약조건이 있어, 교재 전체를 한 번에 인쇄하는 것은 금지된다.

코헨은 이런 규제들이 대형 출판사들과의 협상을 통해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이용자의 범위가 확대되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제약은 현재로서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기존에는 학기말이 되면 구입한 교재를 서점에 되팔아 교재비를 절약했지만 더 이상 이런 방법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코헨은 "e북은 기존 책의 라이프 사이클과는 차이가 있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e북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유타와 프린스턴 대학 서점 관리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교직원들이나 학생들과의 사전 컨설팅 단계를 거치지 않고 시작됐다고 밝혔다. 다음주 16일부터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유타 대학의 경우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디지털 자유 활동가들은 이 프로그램은 결국 출판사들이 중고 교재 시장에 침체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자프론티어 재단 변호사 프레드 본 로흐만은 "기존의 종이책에 대한 선택권도 남겨 두었기 때문에 그리 위험한 시도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출판사들이 언제부터 종이 서적 출판을 중단했느냐 하는 점이다. 중고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분야로 출판사들이 이동하려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덧붙였다.

초기 디지털 서적 서비스는 오레곤대학, 유타대학, 포틀란드 커뮤니티 대학, 볼링 그린 스테이트 대학, 프린스턴 대학, 조지타운대학, 캘리포니아 주립대, 풀러튼 모어헤드 주립대,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 루이지애나 주립대 등 10개 대학에서 제공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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