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만날 수 있을까
2005년 08월 14일 | 글 | 강석하 / 인터넷 과학 통신원 충북의대 기생충학교실 연구원ㆍscattrev@hanmail.net |
 

수천억개의 별을 가진 은하가 수천억개인 점을 생각하면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어딘가에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무더운 여름, 잠시 더위와 일을 잊고 시원한 파도소리가 들리는 백사장에 누워 무수한 별들을 바라보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상상만으로도 설레지 않나. 이런 낭만적인 상상의 연장선에서 누구나 한번쯤 ‘혹시 저 별 어딘가에 누군가 살고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봤을 것이다.

지난 달 과학잡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향후 25년 내에 맞닥뜨리게 될 과학계의 25가지 문제 중에는 ‘우주에는 우리뿐인가?’라는 문제가 포함돼 있다. 사이언스는 지구 외 행성에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우리가 그들을 만나게 될 지를 생각해야한다고 말한다. 한 술 더 떠 운이 좋으면 25년 내에 외계의 지적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지도 모르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려는 가장 큰 시도는 전파를 통해 외계의 지적인 생명체가 보냈을지 모르는 신호를 찾는 SETI(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로 45년전에 시작됐다. 현재까지 특별한 신호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SETI는 많은 일반인들과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생물학자들은 다소 회의적이다.

생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외계 지적 생명체를 발견할 가능성은 다음 두 질문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외계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와 ‘우리가 그들과 교신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이다.

외계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일반인에게 ‘외계 생명체’를 말하면 대개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를 떠올린다. 하지만 생물학자들이 생각하는 ‘외계 생명체’는 자신을 복제하는 능력을 가진 분자 복합체다. 생물학자들은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생명체가 외계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이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할 때는 이런 의미의 생명체를 말한다.

실제 특정 조건에서 분자들이 생명체로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과학자들에 의해 제안됐다. 지구를 예로 들면 생명체가 등장하기에 적합한 상태가 된 것은 38억년전으로 추정되며, 최초의 미생물은 35억년전부터 나타났다. 약 3억년 사이에 생명체가 탄생한 것이다. 따라서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이 많다면 생명체를 잉태한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

지구인과는 다르지만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외계인이 등장한 영화 ET의 한장면.
두번째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우리가 외계인과 교신하려면 외계 생명체가 지능을 갖도록 진화해야 한다. 생명의 출현이 곧 지적인 생명체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일까.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지적일수록 더 좋다(Smarter is better)"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작고한 20세기의 다윈이라 불리는 에른스트 마이어는 높은 지능을 갖는 것이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세이건의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세이건의 말이 옳다면 현재까지 지구상에 출현했던 약 10억 종의 생물들 중에 높은 지능을 갖는 생물이 수백만 종이 돼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또 그는 동물계에서 눈의 진화가 독립적으로 40번 이상 일어났고, 반딧불이와 같은 생물발광의 진화는 독립적으로 26번 이상 일어났다며, 고도의 지능이 눈이나 생물발광처럼 보편적으로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특성이라면 지능 역시 다양한 계통에서 여러번 진화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능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생명체의 보편적 특성이 아니라 아주 특수한 예외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뇌는 굉장한 사치품이다. 신생아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60%가 뇌에 사용된다. 인간이 어떻게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뇌를 갖도록 진화했는지는 현재 진화생물학자들이 골몰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또한 진화생물학자들은 진화는 어떤 정점을 향해 발전해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애초에 인간처럼 고도의 지능을 갖도록 진화해야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단지 그렇게 될만한 환경에 놓였기 때문에 현재의 인간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다.

20세기의 다윈 에른스트 마이어 박사
따라서 문명을 이룰 정도의 지능을 갖도록 진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더욱이 그들이 우리와 교신하려면 전파를 이용해야 하고, 지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야 하며 적절한 시기에 전파를 보냈어야 한다. 그들이 100년 전까지 전파를 보내다 멸망했다면 우리는 그들의 메시지를 포착할 수 없다.

마이어는 이 모든 확률을 계산해보면 SETI를 통해서 외계인과 교신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생물학자인 마이어는 여기에 더해 가능성도 없고 실용성도 없는 외계 생명체를 찾는 데에 쓸 돈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열대 우림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생물들을 연구하는데 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람들은 외계인의 존재여부에 관심이 높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우주전쟁’에서 외계인이 잔혹한 살인마로 그려졌다. 반면 외계인을 추종하는 라엘리안이라는 단체도 있다. 우리가 외계인을 만날 가능성이 생물학자들은 희박하다고 얘기하지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저 하늘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외계인을 상상하는 일까지 막을 순 없다. 한 편의 연애소설처럼 저 하늘 어딘가에서 우리를 애타게 찾고 있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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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5-08-15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만나는 것'은 어렵다 해도 단 한번만이라도 '발견' 혹은 '교신' 하는 것은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까 꿈꾸어 봅니다.

현실적으로는 에른스트 마이어 박사의 지적이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SETI에는 돈이 얼마 들지 않는걸로 알고 있거든요.

아레시보 망원경에서 전파를 탐지하는 것은 다른 연구용으로 탐지하는 전파를 곁다리로 얻어서 분석하는 것이고, 자료의 분석은 세계 몇십만명의 개인 컴퓨터를 이용해서 하니까요.
아마 돈은 이런 자료를 보내고 받고 하는 작은 서버 관리비만 들 것 같습니다.
그마저도 비용의 대부분을 일반인들의 기부에 의해 운영되고 있구요.
이정도도 아깝다고 하는 것는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요? ㅜㅡ

헤헤... 개인적으로 SETI 자료 분석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교신, 아니 외계 전파를 한번만이라도 수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라주미힌 2005-08-16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인간의 수명이 100년도 안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