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를 많이 던지거나, 그림 맞추기 퍼즐마냥 막 엉켜 있는 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거미숲이 그런 편인데, 기억의 왜곡에 대한 '한 순간'의 이야기가 세련되게 펼쳐진다.

한 순간이 언제냐?
바로 살인을 하고 막 돌아댕기다가 차에 치여 죽기 직전,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순간이다.

사람이 죽다 살아난 경우에 자주 듣게 되는 얘기가 있지 않은가.
그 짧은 순간에 인생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주인공 감우성이 애인의 불륜을 보고 충동적인 살인을 저지른 사실은 일생의 무게에 해당되는 끔찍한 일들이고,
모두 기억해 하기에 벅찬 것이었다.

그래서 응급실에서 소생술을 받을 때 왜곡된 기억을 생산해낸다.
잊고 싶은 기억을 어찌 그대로 재현해 내겠는가...
이거 누가 한건데, 난 지켜봤어요 식으로 새롭게 기억하고 싶었던 것이다..

충격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아를 분리 시키거나, 기억을 왜곡하거나, 잊어버리는 일이다.
(다중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어릴적 커다란 충격이나 학대를 받은 것처럼...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의도적으로... )

감우성의 기억은 이 3가지를 모두 합한 것이다.
어릴적에 살인을 지켜본 기억은 자신이 한 행위를 위장한 것이고, (행위가 너무나 똑같다. 이것은 본인이 저지른 일을 제 3의 시선으로 왜곡시킴)
폐렴으로 죽은 여자짝꿍에게 자신을 투영하여 이 모든 것을 지워버리려 한 것이다.
(하늘로 쭈욱 올라가는 장면이 뜻하는 것.)
친구 형사도, 거미숲에 취재하러 간 것도, 사진관 여성도 모두 가짜.

우연히 취재하러 간 숲에서 불륜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 않은가.
애인 뒤를 밟아서 불륜현장을 쫓아간 것이다.. 그리고 범행을 한 것이고. 

수술실에서 깨어났을 때 노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던 것은, 죽어감을 의미하는 것이고,
마지막에서 진짜로 깨어났을 때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것은 소생했다는 의미이다.

소생... 그것은 기억의 소생이기도 하다.

기억이란 육체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그래서 영혼의 목소리는 '진실'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죽은 아내의 목소리를 통해서....

영화 속에서 그러지 않은가... 자신만 모르고 있다고...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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