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강한 월·계간 비평지가 속속 폐간되고 있다. 개성 있고 수준 높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날로 더해가는 재정 적자 때문이다.
사회비평 계간지 ‘당대비평’이 이번 여름호를 내지 못한 채 사실상 폐간한 것으로 1일 밝혀졌다. 1997년 창간된 이 잡지는 한국 사회가 당면한 사건에 집착하기보다는, 큰 주제를 놓고 수준 높은 인문적 비평을 해온 것으로 평가 받았다. 최근 1~2년에는 ‘우리 안의 파시즘’ ‘소수자 문제’ ‘박정희 체제 비판’ 등을 중점 테마로 꾸며 공론화하기도 했다.
당대비평은 재정 압박 때문에 지난 5월 ‘생각의 나무’ 출판사로부터 떨어져 나와 독립했다. 여름호를 휴간한 뒤 새 인수자를 찾아 가을호부터 복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월·계간지는 최소 3,000부 이상은 팔려야 수지를 맞출 수 있지만 당대비평은 기존의 사회비평 계간지와 마찬가지로 판매 부수가 2,000부 선에 머물렀다.
김보경 전 당대비평 상임편집위원은 “사회비평 잡지는 대학교수들의 학술논문을 주로 취급하는 학술지와 달라 학술진흥재단의 지원금을 받을 수 없음은 물론 문예진흥원의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처지”라며 “질 좋은 사회비평지가 재정 문제로 폐간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사회비평 잡지의 ‘폐간 도미노’는 예견된 일이다. 시사적이고 정치적인 사안을 많이 다룬 월간 ‘인물과 사상’이 33권을 끝으로 폐간된 것이 지난 1월의 일이다. 97년 창간된 이 잡지는 강준만 교수의 주도로 각 분야 인물들에 대한 비판적 글쓰기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 잡지 역시 재정 압박에 무너졌다. 비슷한 성격의 격월간지 ‘아웃사이더’도 같은 이유로 막을 내렸다.
약간 좌파적 성격을 띤 계간 ‘사회비평’은 88년 창간 이후 휴간, 재창간을 거친 끝에 2003년 완전히 종간됐다. ‘현대’를 독특한 담론으로 분석했던 ‘전통과 현대’도 같은 해 창간 6년 만에 끝을 맺었다.
격월간 ‘녹색평론’과 계간 ‘황해문화’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전자는 환경담론을 주로 다루고 있어 앞서 언급한 사회비평 전문지와는 성격이 다르고, 후자는 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어 역시 사정이 다르다.
문학 전문잡지의 사정도 엇비슷하다. 대형 문학 전문출판사에서 내는 ‘창비’나 ‘문학과 사회’ 정도를 빼고는 수지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35년 전통의 순수문학 계간지 ‘동서문학’이 지난해 겨울호(225호)를 끝으로 종간한 것이 대표적 예다. 지난해 겨울호로 종간된 문학전문 계간지 ‘파라21’은 제호를 ‘21세기 문학’으로 바꿔 복간됐다.
〈조장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