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비난할 자격 없다 테러리스트 딱지 그만 붙여라”
79년 이란 주제 미국대사관 점거 사태는
미국의 팔레비 독재정권 감싸기가 근본원인
CIA는 이란을 신정국가라 단정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성경에 손얹고 취임선서한다
▲ 지난 6월24일 결선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이란 대통령에 당선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마흐무드 아흐마디 네저드)가 25일 테헤란의 자기 사무실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예상을 뒤엎고 압승한 그는 선거를 통해 확인된 보수-개혁, 부자-빈자간의 깊은 골을 의식한 듯 화합을 호소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
얼마 전에 끝난 이란 대통령 선거의 결선 투표에서 마흐무드 아흐마디 네저드가 당선되었다. 처음에 나는 일간지와 텔레비전 보도에만 의존해서 이란 선거에 접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그 상당 부분이 부실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다수 언론에서는 영어 표기 Mahmoud Ahmadinejad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이란정보네트워크>란 사이트에서는 세 단어의 페르시아어로 된 이름을 한국어로 마흐무드 아흐마디 네저드라고 표기하고 있다. 페르시아어를 모르니까 함부로 주장할 수는 없지만, 사람 이름은 그 사람의 모국어에 가깝게 불러야 하는 법이고, 또 이란의 지역 사정에 관해서는 전문 사이트가 더 나을 듯해, 나는 아흐마디 네저드라고 줄여 부르겠다.

대다수 언론 매체는 아흐마디 네저드를 강경 보수파로 분류하며 종교적으로 극단적이어서 위험한 인물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만약 그런 식으로 그를 단정짓는다면 아흐마디 네저드의 미국 쪽 맞짝은 당연히 조지 부시다. 다만 아흐마디 네저드는 이란이슬람공화국의 대통령 당선자로서 반미의 입장에 서 있는 것이고 부시는 아랍지역에서의 미국의 패권적 이익을 우익적 관점에서 광신적으로 대변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런 식의 분류나 딱지 붙이기는 본디 매우 정치적인 일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공식 사이트 내의 ‘월드 팩트북’에서는 이란의 정부 형태를 신정공화국(theocratic republic)으로 단정하고 있다. 참으로 웃기는 수작이 아닐 수 없다. 취임식에서 헌법 책이 아닌 성경에다가 손을 얹고 선서를 해야만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가 바로 미국 아닌가. 신정이란 말을 통해 하려는 주장은 이란이 근대사회도 아니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된 나라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국 정부의 속셈은 자기네가 신정국가라는 딱지를 붙인 나라에 대해서 제멋대로 침략전쟁을 벌이고 싶으니까 이것을 용인해달라는 것이다.


CIA의 ‘월드 팩트북’에서는 자기네 정부 형태를 ‘헌법에 바탕을 둔 연방 공화국; 강한 민주적 전통’이라고 하고 있다. 자화자찬이 매우 지나치다. 이란의 최종 결선투표에서 아흐마디 네저드는 과반수를 훨씬 넘게 득표했다. 반면에 지지난번 미 대통령 선거에서 고어가 한국이나 이란의 선거제도에서 싸웠더라면 대통령이 되고도 남았다. 미국식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일반의 한갓 변종에 불과하다. 그것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결코 아니다. 미국의 상원의원 제도나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는 아주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불합리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미국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특수성을 고려해서 그것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공작으로 정권 무너뜨려

영어로 Velayate Faqih라고 표기되는 이란의 현 정치-사회적 지배체제는 1979년에 미국의 지원을 받던 부패한 팔레비 왕조를 타도한 이란혁명을 통해 만들어졌다. 1951년에 이란 총리인 모하메드 모사데그(Mohammed Mossadegh)가 석유산업을 국유화하자 1953년에 미국 CIA는 공작에 의해 모하메드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리고는 명목상의 국가 원수였던 팔레비를 사실상의 절대적 지배자로 만들었다. 팔레비는 그 이후 25년 간 이란에서의 미국의 이익을 지켜내는 꼭두각시 노릇을 해왔는데, 급기야 이란 민중은 혁명을 통해 부패하고 무능한 팔레비 체제를 무너뜨린 것이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 정부는 한국전쟁을 잠시 멈춤과 동시에 베트남의 부패한 프랑스 추종세력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흐마디 네저드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은 그가 1979년의 미 대사관 점거 사태의 참가자일지 모른다는 의문을 전세계 언론에 흘렸다. 맞다, 아니다 하는 공방이 며칠 간 계속되었는데 이는 초점을 벗어난 것이다. 설령 아흐마디 네저드가 그 당시 미 대사관에 쳐들어간 대학생 중 하나라고 하더라도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김구 선생이 이승만대신 대통령에 되었다고 가정하고 그리고 또 여기에 대해 일본의 자민당 정권이 김구는 테러 조직의 두목이라서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비난한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주권을 가진 나라의 국민들 다수가 결정할 문제다.

1945년에 미국은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원폭 투하와 9·11 사태를 비교해 보자. 단선적이고 평면적인 비교라서 무리가 따르기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느 것이 더 야만적일까. 원폭 투하는 아주 야만적인 처사였다. 아랍세계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와 간섭을 타파하고 그 지배와 간섭의 부당성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벌인 테러사건보다는 원폭 투하가 훨씬 더 잔혹하고 끔직한 일이다. 오늘날의 평화와 환경에 대한 일반적 관점에서 본다면, 또 그 피해 및 상처의 범위, 깊이, 강도, 지속성 등에서 본다면 당연히 그러하다.

일본 사람들 상당수는 피폭과 관련해서 자기네가 희생자라고 여기고 있다. 일본의 우익세력이 정치적 선동 과정에서 그 피폭의 체험과 정서를 교묘히 활용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198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에게 지게 된 결정적 이유가 이란 대학생들의 미 대사관 점거사태 이후에 허물어진 미국 유권자들의 국가적, 정치적 자존심 때문이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79년 가을에 이란 대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에 쳐들어 간 것은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이란혁명 관련 자산을 동결한 반면에 망명한 독재자 팔레비한테 안락한 거처를 제공한 것이 이유의 하나였다. 이 사건은 1985년 서울의 미 문화원 점거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한국 대학생들은 “광주 학살 책임지고 미국은 사과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부당한 간섭과 흑색선전 그만

이란의 정치-사회적 지배체제 아래에서 대통령이 하는 일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이란의 정치세력 일부가 보이콧 전술을 행사한 것도 이와 관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네 방식과 다르다고 해서 미국이 CIA 홈페이지를 통해 이란의 지배체제를 신정체제라고 못박은 것은 애당초 아랍 이슬람 세계 및 이란의 역사적, 문화적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이란 국민 다수는 부패로 얼룩진 어설픈 서구식 개혁보다는 이슬람 원리주의 체제를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장이 아들 출신으로 가난하게 살아왔다던 아흐마디 네저드의 당선에는 서민들의 지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어쨌든 이란의 선거 결과에 대해서 부시 정권은 부당한 간섭과 흑색 선전을 그쳐야 한다. 중국 주장대로 부시 정권은 자국의 극히 낙후된 인권문제를 개선하는 일에나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란의 대통령 선거 이후 휘발유 값이 오르고 있다. 1ℓ당 소비자가격이 한국은 1415원이고 미국은 612원이다. 국민소득 기준으로 환산해서 한국이 100이라고 하면 미국은 12.6이고 일본은 30.3이라고 한다. 한국의 휘발유 값에서 세금의 비중이 무려 65%나 되는 것이다. 반면에 미국 정부가 아랍지역에서 전쟁을 벌이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값싼 휘발유를 맘대로 펑펑 소비함으로써 지구 오존층의 구멍을 더 크게 넓히기 위해서라고 나는 이해한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36.1%를 차지하는 미국은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교토의정서를 승인하지 않았다.

상당 부분을 아랍지역에서 수입하는 석유에다가 터무니없이 높은 세금을 매기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는 아랍 이슬람 세계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납세자들에게 제공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이란 주재 한국대사관의 홈페이지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 더 나아가,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 전에 한국 정부는 자이툰부대를 빨리 철수시키기 바란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 국민들은 물론이고 아랍지역의 무슬림들을 모조리 반한적 투사로 만들어버리는 효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지금 주한 미군 기지 문제가 평택 시민 대다수의 대미 자세를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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