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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바보로 살지 않으려면 적어도 ‘소비의 속성’은 들여다볼 줄 아는 센스(!)가 필요하다. 자본은 무한정 증식하려는 본능을 가지며 그런 자본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구입하지 않거나 구입한 물건을 수명이 다하도록 사용하려는 ‘전통적인’ 태도는 매우 곤란한 것이다. 그런 태도를 무너트리기 위해 자본은 소비를 촉진하는 두 가지 공작을 한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필요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광고). 계속 새로운 물건으로 바꾸게 만드는 것(유행). 공작은 물론 갈수록 발전한다. 당대의 가장 감각적인 머리들(이른바 프로들)이 총동원되어 만들어지는 오늘의 광고는 옛 ‘약 선전’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요컨대 오늘의 광고의 목표는 어떤 상품의 쓰임새를 부풀려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 상품을 문화로 만드는 데 있다. 알다시피 문화란 쓰임새를 뛰어넘는 것이다. 공작의 효과는 어릴 적부터 광고에 길들어 자란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그들에게 상품을 구입하는 일은 문화를 향유하는 행위이며 브랜드는 ‘장사꾼의 표찰’이 아니라 작가의 사인이다. 그들은 소비를 통해 문화적 감동에 빠지며 소비하지 못할 때 문화적 결핍에 시달린다. 물론 이건 젊은 세대만의 모습은 아니며, 심지어 우파만의 모습도 아니다. 우디 알랜은 <애니홀> 도입부에서 카메라(우리)를 보며 뇌까린다. “쇼핑백을 들고 카페를 전전하면서 사회주의를 외치는 인간만 아니면 됐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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