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피 옷 입고 글 쓰는 '문단의 괴짜'
[조선일보 2005-06-08 03:04]    
첫 단편집 '카스테라' 낸 소설가 박민규씨

[조선일보 김광일 기자]

“제 꿈이 히피가 되는 거였습니다.”

문단의 괴짜 스타일로 화제를 모았던 소설가 박민규(朴玟奎·37)씨는 거침이 없다. 평범한 듯 작은 목소리 속에는 엄청난 반역이 깃들어 있다. 2003년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그해 장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또 한 차례 평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모았다.

첫 단편집 ‘카스테라’(문학동네)를 내놓은 그를 7일 만났다. 지난 7년 동안 길러 무릎까지 내려오던 로커 스타일의 검은색 장발을 싹둑 자르고, 금색으로 물들인 펑키 스타일이었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히피들의 안경까지 구해 썼다.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스타일로 했습니다. 헨드릭스는 데뷔 앨범에 10곡을 담았고, 저도 첫 단편집에 10편을 실었습니다. 집에서도 히피들이 입었던 옷과 장신구를 걸치고 글을 씁니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난날을 말하는 방식도 거침없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 1~15등급까지 있었고, 전 15등급이었습니다. 담임이 ‘넌 반평균 떨어뜨리는 놈’이라며 6개월 동안이나 괴롭혔습니다. 중앙대 문창과는 커닝해서 들어갔습니다.”

해운회사 영업사원, 뉴트렌드의 문학월간지 프리랜서 등을 거쳐 소설가가 되었다. 평단이 그에게 주목했고, 원고 청탁이 넘쳤으며, 어느 달에는 거의 전 문예지가 그의 작품을 싣고 있었다. 지난 3년간 그의 출현은 문단에서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감각적인 문체’, ‘만화적 상상력’, ‘B급 영화를 압도하는 장면묘사’가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였다. 그러나 외부 평가에 대한 본인의 반응은 의외다.

“저는 남들이 하는 말에 신경을 안 쓰는 편입니다. 주목받고 있다는 느낌도 안 갖습니다. 저랑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입니다. 평론가들이 문예지에 제 평을 쓰면 예의상 읽어보긴 하는데, 마치 고교 때 맨 뒷자리 앉아 수업 듣는 느낌입니다. 뭔지는 모르겠고, 그냥 공부겠지 하는 느낌입니다. 그들이 쓰는 용어를 모르겠어요.”

그는 소설가 이외수와 박상륭을 아이콘으로 삼는다고 했다. “이외수는 개업의(開業醫) 같고, 박상륭은 연구의(硏究醫) 같다”는 것이다. 그는 치매에 걸린 홀어머니, 그리고 일곱살 난 아들과 아내가 한가족이다. 지금껏 어떤 원고 청탁도 사양해 본 적이 없다.

“아, 있습니다. 원고료가 너무 적을 때는 절대 안 씁니다.”

그는 문단 친구과 술 먹고 여행 다니는 교류가 거의 없다. “밥 먹고 글만 쓰기 때문에 다작(多作)”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재떨이로 머리를 맞는 수모까지 견뎠던 영업사원 시절처럼”, 회사 근무시간만큼은 어떻게든 앉아서 소설을 쓴다. “교류를 가지면 어머니를 모시기 힘들어요. 선셋 증후군까지 있으셔서 해만 지면 우울해지시거든요.”

(글·사진=김광일기자 [ k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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