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과 그의 친구 역사학자

유시민 씨가 “중도정당인 열우당은 한나라보다 민노당과의 거리가 훨씬 멀다”고 했단다.(원문은 이렇다. “열린우리당은 중도정당이라서 민노당과 정책 연합하기위해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한나라당과 연합하기 위해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폭보다 훨씬 크다.”) 아마도 그가 국회의원이 되고 난 후 한 말 가운데 가장 정확한 말인 듯하다. 열우당의 노선과 정책으로 볼 때, 한나라보다 민노당이 훨씬 멀다는(민노당보다 한나라당이 훨씬 가깝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유시민 씨의 말은 그의 정치 전략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유시민 씨는 지금까지 한나라당을 ‘수구기득권 세력’이라 놓고 열우당을 그와 대치하는 일종의 ‘운동 조직’이라 자임하는 전략을 사용해왔다. 말하자면 유시민 씨는 열우당을은 지난 30여년 동안의 민주화운동과 진보운동의 현실적 결정체로 상정했다. 그러나 그런 전략은 이제 열우당의 ‘운동’이 더 나아갈 데가 없어짐으로써(그 운동이 가장 중요하게 천착해 온 언론개혁과 정치개혁은 공중파 방송사 두 개를 접수하고, 정치인들이 사과상자를 싣고 다니기 어렵게 됨으로써 운동적 활기는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치고 나가길 좋아하는’ 유시민 씨는 이제 ‘운동’이라는 간판을 내리고 ‘정치’를 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새로운 간판은 그 이름도 무난한 ‘중도’다. 물론 열우당이 ‘중도’정당이라는 건 그의 말에 근거해서 보더라도 순수한 뻥이다. 그도 사회과학을 전공했으니 동의하겠지만 한나라당은 극우 성향의 우파정당이고 민노당이 중도 성향의 좌파정당이다. 그런데 어떻게 ‘민노당보다 한라당에 훨씬 가까운’ 열우당이 ‘중도’인가. 자신의 이상주의자로서 이미지를 야금야금 파먹어가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가는 그를 보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편, 유시민의 ‘친구’이자 ‘진보적 소장 역사학자’인 한홍구 씨는 얼마 전 어느 시시주간지에 유시민이 25년 전에 얼마나 순정한 청년이었는지, 현재 유시민이 치르는 고난(!)이 노무현 씨의 대통령 당선 전과 얼마나 닮았는지 썼다. 한홍구 씨는 친구를 위해 역사학자로서 양식을 내팽개친다. 불과 몇십 년 전의 현실에 대해선 그토록 급진적인(한홍구 씨는 독립운동 이야기를 써도 꼭 ‘김산’ 정도는 쓴다. 그래서 그는 ‘진보적 소장 역사학자’다.) 그가 ‘지금 여기’의 현실에 대해 보이는 치졸하고 감상적인 태도는 정말이지 딱하다. ‘진보적 소장 역사학자’인 한홍구 씨에게 물어보자. 옛 김산을 찬미하는 당신은 왜 ‘지금 여기의 김산들’에 대해선 왜 아무런 관심이 없는가? 옛 김산의 숨통을 조이던 우파 정치인들을 경멸해마지 않는 당신은 왜 지금 여기의 김산의 숨통을 조이는 엘리트 우파 정치인은 그토록 싸고 도는가? 당신의 진보적 역사의식은 그저 지금 여기의 진보적 상상력을 생략하기 위한 장식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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