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6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아이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동사무소에 등재가 된지 18개월이 흘렀다. 이 놀랍도록 극적인 인간의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흥미진진하다. 성장 속도만큼이나 우리는 실질적으로 빠르게 가족 같아졌고, 서로를 부르며 매일 가족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성장이 경험과 학습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혼자 크고 있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뒤집고, 기어다니고, 일어서고, 뛰어다니며, 잡고, 휘집고, 맛보는 것은 순전히 내적 동기에 의한 자의지로써 행해졌다. 단지 부모로써의 역할로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환경만을 조성해 주고,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데려가고 쥐어줬을 뿐이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느끼고 축적되어진 감정이야말로 우리를 만들고 있다. 애정은 쏟는 것이며 희생도 때론 필요하다. 긴 시간만이 연결해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테드 창이 던져 준다. 이 소설은 현실, 생명(물질), 이성이라는 하드웨어적인 관계망에서 벗어나려는 실험적 사고를 한다. 가상, 디지털, 감정이라는 소프트웨어적인 것들이라고 부를만한 것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는 현 인류에 대한 미래상을 그려본다. 가상과 현실이 공진화하고 있는 이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이다. 


'너도 부모가 되봐야 안다'라는 말은 아이의 성장이 부모의 성장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유효다. 인류의 또 다른 진화를 이끄는 가상 네트워크상에서의 관계쌓기, 디지털 생명이라 불리 만한 것들과의 공존이 부각 되었을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태도에 관한 논의가 과연 먼 미래의 일일까. 

맘마~ 맘마~ 하던 아이가 맘마 더! 맘마 더! 라고 할 때의 변혁은 벅찰 정도로 크다. 어디로부터 시작인 것인가 과연 어디까지일까 . 


정체성은 곧 상호 관계에 대한 질문과 답을 말해준다. 어떤 부모인가가 어떤 아이인가를 말해 줄 것이다. 어떻게 생명을 바라보느냐 어떤 생애를 보장해 줄 것인가 어떤 권리를 줄 것이며 어떻게 살아가게끔 할 것인가. 이러한 모든 질문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나. 답은 거기에 있다. 


넓어져만 가는 가상의 공간에서 개개인의 고립성은 결핍 또는 나눌 수 없는 애착 전선의 이상 신호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시간과 비례해서 삶을 나누는 기쁨은 아마도 더욱 감각적일 수 밖에 없다. 생성과 소멸의 주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복제의 세계에서도 놓아버리면 공기중으로 흩어져버릴 연약함을 숨기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노력이라는 노고를 아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가족이라는 틀도 이 원리에 벗어날 수 있을까 싶다. 계속 저장해야만이 기록되어지는 플래쉬 메모리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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