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배부른 식당
김형민 지음 / 키와채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시청자의 위장을 농락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된 맛집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종종 있었다(지금도 있나?). 볼 때마다 의문이 드는 것은 요란스럽게 먹어대던 그들의 입에 거짓이 담겨 있지 않은가?였다. 본인이 불신사회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 게시판이나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곳을 가보면 ‘그 집 가봤는데 맛 없다’, ‘불친절하니깐 더 맛 없다’, ‘양은 적고 가격만 비싸다’, ‘방송국에 어떤 로비가 있었는가?’라는 글들을 꽤 본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도 있는데 가서 먹어보니 평범했다. 맛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척도 중의 하나이니깐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길을 가다 가끔 보이는 ‘어느 방송국에 소개된 맛집’이라는 간판들을 보면 머리 속에 물음표, 느낌표 백만스물한개가 둥둥 떠다닌다. 맛의 향기보다는 돈 냄새가 더 나는데 어쩔 수 없다. 그냥 가는 길 계속 걷는다.
‘요리왕 비룡’이라는 에니메이션을 보면 ‘요리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데 있다’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하물며 아이들이 즐겨 보는 에니메이션에도 철학이 담겨있는데, 수 십년이 녹아 있는 장인의 요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고작 맛이란 말인가? 오락성에 찌든 방송의 가벼움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난 것 같다. 사실 맛만 따진다면 엄마의 음식을 따라 올 수 없다(물론 예외는 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이전과는 차별화 된 성격을 지닌다. 맛보다는 사연, 인생, 철학, 마음을 퍼주는 식당들을 소개한다. 식당이라기보단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소개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라고 현대 사회에 있어서 음식점이란 상업성이 빠질 수 없는 경제활동이다. 그러나 욕심이 있었다면 나눌 수 없는 것이고, 철학이 없었다면 깊이가 없었을 삶이 아닌가.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은 음식이지만, 상처 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것은 마음 뿐이란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훈훈한 인정을 엿볼 수 있다.

좋은 내용을 담은 좋은 책인데, 조금 불만족스러운 점은 저자가 PD라서 그런지 카메라를 들이대는 느낌을 들게 한다. 인터뷰를 하고, 장면을 설명하고, 마무리를 짓고… 방송에서 보던 그대로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형식은 사실적이고, 현실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 있어서 어쩌면 이 책의 성격에 잘 맞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용의 빈약성을 드러낸다. 분량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쫓기듯(마치 방송시간처럼) 이야기를 하다 말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설마 그것이 전부라고? 읽다 보면 뭔가가 더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접어야 하는 사태를 맞이한다. 많은 이야기를 소개하려는 저자의 욕심 때문에 그런지, 아니면 더 듣고 싶은 나의 기대가 커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짧아서 더 좋을 수도 있고, 간결한 메시지만을 전달해서 좋을 수도 있겠지만,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먹는 것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소화 능력에 따라 그 시간이 좌우된다. 위에 들어 갈 수 있는 음식물의 양은 대략 2리터라고 한다(‘스티프’ 메리 로취 저). 그 이상을 먹으면 위가 터진다. 인간의 욕심은 우주의 끝까지 도달할 만큼 무한한대 겨우 2리터라니 좀 허무하지 않은가. 그러나 인생의 단골이 되어 찾게 되는 그 식당들에서는 생물학적 시간은 무의미하다. 게다가 마음의 배부름은 누적되고 영혼에 각인되어 이렇게 책으로도 널리 퍼진다. 마음은 얼마나 채울 수 있을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심그릇의 크기를 가늠해 보면 알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