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전시륜 지음 / 명상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물을 알고, 고기를 알고, 낚시줄을 알고, 미끼를 알아라. 그러면 누구나 고기를 잡을 수 있다.’ 행복한 삶은 단순한 삶이다. 주어진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알고 이를 추종한다는 것이 행복이라고 나는 믿는다. (350p.)
가끔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상상을 해본다. 매일 반복적인 패턴에 익숙해지고 있는 나의 삶에 대한 탈출구가 고작 순간 순간의 상상이었다. 자유로움 그것은 희망이자 내가 추구해야 할 나의 행복이다. 누구보다 당당하게, 그리고 떳떳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고, 부조리에 기꺼이 저항하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즐기면서 진정한 가치를 깨달아 그것을 실현하고 추구하는 삶.
‘사람들은 남의 글 속에서 자기 자신을 읽는 것 같다’ (172p)
내가 그의 글에서 발견하고, 읽은 것은 굴레를 거침없이 벗어 던진 평범한 시민 전시륜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또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진실과 행복은 무엇보다 가깝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저자가 직접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구혼 광고로 배필을 만나고, 타국에서 동화되어 가는 문화적 인간적 포용력을 보여주며, 낭만적이고 유머스러운 연애법, 대학생활, 취미, 직장생활, 여행담, 이웃주민 그리고 가족들에 관한 그의 시선, 평범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평범하게 살다 간 한 자유인의 이야기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연상케 한다. 때로는 너무나 뻔뻔스럽기까지 해서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인생을 유람선 타는 데 비유해보자. 선상에서 친구도 사귀고, 노름도 하면서 돈을 잃기도 하고 따기도 한다. 술도 마시고 춤도 춘다 ~중략~ 배가 유유히 지나갈 때 일어나는 거품 속에 우리는 삶의 슬픔과 괴로움을 씻어버린다. 그러나 때가 되면 새 승객을 위해서 하선해야 한다. 이것이 인생이 아닐까?’ (겉표지)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읽는 사람이 유쾌하다는 점이다. 글을 즐겁게 쓰고, 즐겁게 산 사람의 유쾌함이 듬뿍 담겨 있으니 누구라도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느낌이다. 마술과도 같은 언어의 힘 그것의 생동감은 수필의 매력을 배가 시킨다. 그것은 경험과 지혜에서 우러나오는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책을 내고 싶어하던 소망이 이루어졌어도 더 이상 그의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책이 되지 않았나 싶다. 겉표지의 하늘거림은 그의 한 없이 자유로운 영혼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모양새와 내용에 있어서 정성이 묻어나고 참 잘 된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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