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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 ㅣ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전편 ‘노인과 전쟁’은 삶의 모래시계에서 추락할 것만 같은 인간의 육체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소설 속 주인공이 얻은 것은 새로운 육신뿐만 아니라, 낡지 않은 숭고한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연애편지 같은 SF였다.
스타일과 주인공도 다른 후속작인 유령여단은 영혼과 의식의 소유는 어디에 있는가를 말하고 싶어한다. 주입된 것은 주입한 자의 것인가, 주입된 자의 것인가. 육체와 정신의 분열과 융합, 혼용을 통해 개인성을 되돌아 본다. 인류를 지키는 일이라는 거창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부터 표출되는 인간과 인간을 잇는 고리를 구성으로 절묘하게 완성시킨다.
주어진 임무로 시작하였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임무가 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서 미래를 찾아내기 위한 전쟁터로 뛰어든다. 그 무엇도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없었던 자리에 생겨난 주체. 우주적이고 위대한 개인의 탄생으로 말미암아 인류는 구원을 받는다. 여기에 희생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다만 디렉으로 죽음으로서 디렉이 되었다.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지만, 그 누구보다 치열해야만 가질 수 있었던 유령여단의 한 군인의 이름이 오래 남는 소설이다.
노인과 전쟁이 위문편지와 건빵 같았다면, 유령여단은 땀 냄새를 품은 철모와 짓무른 발을 숨긴 군화와 같다.
시리즈가 서로를 보완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은 많이 오래 읽히는 소설의 자격으로 충분하다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