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의 오페라
밀턴 브레너 지음, 김대웅 옮김 / 아침이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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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무대, 화려한 의상, 관현악단의 감미로운 음악,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아리
아. 귀족적이고,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오페라에 대한 이미지는 일반적으로 이러하
다.
그런데 갑자기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고등학교 때 오페라에 관련된 재미있는 추억이 자연스레 나를 이끈다. 음악 시험이었
는데 수십개의 아리아를 시험 몇 주전에 공고하고, 시험 당일에는 이것을 방송으로
들려주어 제목과 작곡가를 맞추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리아의 불특정 일부를 들려
주기 때문에 많이 듣고 전체에 익숙해져야만 맞출 수 있는 나름대로 난이도가 있는
시험이었다. 거의 대부분 학생들의 쉬는 시간, 등하교 시간에 귀에 꼽고 다니는 이어
폰에는 어김없이 오페라의 아리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공교
육과 예술의 절묘한 만남. 그것은 반강제적 자유였다. 방학때에는 반강제적 자유가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하게 된다. 오페라를 보고 감상문을 쓰라!. 학생이 무슨 힘이 있
겠는가. 점수에 죽고 사는 학생들이여.
도시에서 곤충채집을 하는 기분으로 오페라를 찾아 관람하였지만, 불만은 감동으로
바뀌어 추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호기심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기만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
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는 말을 선생님의 교육방식이 증명
한 듯 하다.

가면보다는 가면 뒤의 얼굴에 더 흥미를 느끼듯이, 무대 위의 오페라가 아닌 무대 뒤
의 오페라는 매우 유혹적이다. 오페라를 몰라도 걱정 할 필요는 없다. 초간단 줄거
리 요약본이 각 장 앞에 있다. 게다가 시대순으로 있기 때문에 오페라 뒷얘기의 시
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는 효과도 낸다. 오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도 읽어야
하고, 역사도 읽어야 한다. 그것은 그 시대를 살아온 예술가의 혼이 빚어낸 결정체이
기 때문이다. 무대 위 보다, 무대 뒤에 집중한 이 책은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 개인
적 고뇌, 영욕, 본능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오페라의 거장들도 한 인간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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