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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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나는 행복해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나는 욕망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내 욕망을 잘라내면 나는 시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거라 믿었다.
이것이 삶에 대한 미련이었고, 그것이 다시 내 발목을 붙잡았다.
그 얕은 바람조차도 번뇌로 온 세상을 가득 채울 만큼 강력할 줄 미처 몰랐다.
생존 이외의 것은 사치라 느꼈다.
필수와 필요를 구분하기 시작한다.
절박하지 않으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삶의 무게는 모두가 주관적일 것이고, 그 무게를 감당해내기엔 지나치게 개인적이다.
덜어내기엔 내 것이 너무나 커 보였고, 작은 진동에도 나는 몸서리치기 시작한다.
나는 발걸음이 이렇게 무거운데, 너는 어찌 가벼울 수 있냐는 탄식마저도 흘러나온다.
독버섯처럼 가시가 내 몸에서 삐죽 나온다.
이거는 아닌데, 정말 아닌 것 같아 주섬주섬 틀어 막아보지만
이젠 방향이다.
방향성을 가진 것은 관성도 가진 것인가.
현상 유지가 인생의 목표치가 되버린 것이 잘못은 아닐진데,
삶에 애착을 가지고 말았다.
버틸 수 없는 불행만 아니면 된다는 막연한 낙관…
적응만 잘 해도…
계속 흐를 수만 있어도…
아마도 살만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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