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나는 행복해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나는 욕망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내 욕망을 잘라내면 나는 시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거라 믿었다. 이것이 삶에 대한 미련이었고, 그것이 다시 내 발목을 붙잡았다. 그 얕은 바람조차도 번뇌로 온 세상을 가득 채울 만큼 강력할 줄 미처 몰랐다. 생존 이외의 것은 사치라 느꼈다. 필수와 필요를 구분하기 시작한다. 절박하지 않으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삶의 무게는 모두가 주관적일 것이고, 그 무게를 감당해내기엔 지나치게 개인적이다. 덜어내기엔 내 것이 너무나 커 보였고, 작은 진동에도 나는 몸서리치기 시작한다. 나는 발걸음이 이렇게 무거운데, 너는 어찌 가벼울 수 있냐는 탄식마저도 흘러나온다. 독버섯처럼 가시가 내 몸에서 삐죽 나온다. 이거는 아닌데, 정말 아닌 것 같아 주섬주섬 틀어 막아보지만 이젠 방향이다. 방향성을 가진 것은 관성도 가진 것인가. 현상 유지가 인생의 목표치가 되버린 것이 잘못은 아닐진데, 삶에 애착을 가지고 말았다. 버틸 수 없는 불행만 아니면 된다는 막연한 낙관… 적응만 잘 해도… 계속 흐를 수만 있어도… 아마도 살만한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