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판토 해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사자들에게는 커다란 고통이겠지만, 역사적인 사건 중에서 전쟁만큼 흥미로운 것은 없을 것 같다. 세력과 세력의 충돌, 다양한 인물들이 벌이는 전략과 전술, 그리고 외교. 전력을 다하여 벌이는 치열한 생존 게임이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일까? 어이없게도 이 책에서 다루는 레파톤 해전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쇠락을 안긴다. 콘스탄티노플 함락과 세력확장으로 기세가 드높던 투르크는 레파톤 해전의 패배 이후로 서서히 몰락하고, 승자인 베네치아 또한 전쟁으로 인한 국력상실로 쇠퇴하게 된다. 지중해를 호령하던 스페인은 그 후에 영국에 무적함대의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이들 국가의 쇠락으로 지중해 시대는 막을 내리고, 대서양으로 그 중심이 바뀌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책은 '피 흘리는 정치'인 전쟁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인 '정치'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서 자신의 존립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정치와 외교로 풀어나가는 베네치아를 보고 있으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스페인과 투르크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상실한 베네치아의 외교정책 실패를 꼬집는 대사 바르바로의 연설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국가의 안정과 영속은 군사력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외국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평가와 외국에 대한 의연한 태도에 의지할 때도 많은 것입니다.' 강하다고 군사력으로 해결하려 드는 것, 약소국이라고 저자세로만 일관하는 것, 모두 쇠락을 이끄는 지름길인 것이다. 한국의 외교정책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미국의 일방주의, 철저한 복종으로 충성을 다하는 '아름다운 우방국' 한국. 결과는 분명히 좋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다보면 픽션이 너무 많아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인가?라는 의구심이 들때도 있다. 사료와 회화를 충분히 검토하여 그림 그리듯이 전투장면을 묘사한 것은 높이 평가하고, 재미 또한 있었다. 도시를 직접 걸어다니며 얻은 정보들을 책 안에 담은 것도 매우 높이 평가하지만, 책에 인공 조미료 맛이 너무 나서 오히려 구수한 역사책이 그리워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