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티노플 함락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0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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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이 투르크에 함락됨으로써 1100년을 지켜온 비잔틴 제국이 쇠망하게 된다. 그리스, 로마, 오리엔트 문명이 어우러져 경제, 문화, 예술, 종교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도시의 최후는 역사의 냉정함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아쉬움을 남긴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가 말해 주듯이 흥망의 운명을 결정 짓는 요소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 전쟁 3부작 중 첫번째로 소개되는 콘스탄티노플 함락이 주는 메세지는 이렇듯 간단하고도 명확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이 전하는 흥미로운 부분은 서구의 분열과 미온적 지원, 투르크의 견제로 인하여 육지의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비잔틴의 시대적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적 혼란과 전쟁 속에서 겪는 개인의 갈등과 노력, 이해관계, 야망에 있다. 제노바와 베네치아 상인들 간의 미묘한 경쟁과 갈등, 그리스 정교회 주교와 로마 카톨릭 주교간의 정치적, 문화적 대립구도, 용병으로써 참여하는 타국의 전쟁에서의 포지션, 지중해를 장악하여 제 2의 전성기를 꿈꾸는 투르크의 술탄 등 개인을 살펴봄으로써 하나의 커다란 역사적 흐름을 이해시키는 구성이 매혹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로 만들었다. 픽션과 논픽션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섬세한 고증과 다양한 사료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장식한다. 특히 인상깊은 것은 삼중성벽으로 유명한 요새 콘스탄티노플의 전경 묘사와 제노바, 베네치아 상인들에 대한 세세한 설명, 콘스탄티노플 공성 전술 등은 저자가 들인 노력이 느껴질 정도이다.

승자의 논리, 애국적 민족주의에 의해, 때로는 정치적 술수로 체워져 있는 역사들이 있지만, 이 책은 사람을 담아 그 시대를 이해시킨다. 역사가가 아닌 피부로 경험한 생생한 역사의 장면들을 스크린처럼 펼쳐 놓는다. 시선의 다양함은 보다 진실된 역사의 창을 열어 보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지식은 현재를 읽는 기본이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스와 터키의 분쟁, 발칸반도의 민족적, 종교적인 문제들은 이러한 역사에 대한 이해없이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세와 근세를 가르고,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시키는 동기가 된 투르크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문명과 역사를 이해하는데 재미까지 더하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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