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프로그래밍 - 컴퓨터 프로그래밍 미학 오디세이
임백준 지음 / 한빛미디어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과 '프로그래밍' 중에서 무게를 둔다면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전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일 것이고, 후자는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행복해지는 사람일 것이다. IT산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으로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물론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동경은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하지만, 심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하려는 노력과 여건이 충분하지 못한 데에 있다. 일에 대한 욕망과 열정보다는 외피의 화려함이 인간에게는 더 매력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말하는 프로그래머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통할 수 없을 것 같다. 비트의 세계, 그 세계와 끈임없이 대화하며 창조물(소프트웨어)을 만들어가는 창조주의 기쁨을 아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고유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밤새워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세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설명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책들을 보게되면 저자의 약력부터 보게 된다. 이 사람은 이 분야에서 무엇을 하였는가? 얼마나 많은 경험과 노력을 하였는가? 과연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가?를 보기 위함이다. 간략하게 말하면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현재는 벨 연구소가 있는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부럽다. 그의 이력에 대한 부러움도 크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부럽다.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커피로 알고리즘을 만든다'. 프로그래머들의 고뇌와 일에 대한 열정이 숨어 있는 문장이다.

책의 구성은 이렇듯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과 철학만을 얘기 할 줄 알았다. 그러나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많다. 프로그램 언어의 역사, 암호학, 이런 저런 알고리즘, 해킹, 기념비적인 사건들이 아침에 마시기 좋은 카페오레, 속이 뒤집어질 정도로 진한 에소프레소 등 커피의 특성에 비유하여 내용을 적절히 구성하였다. 그만큼 전산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중을 대상으로 집필한 편안한 책이다. 흥미로운 주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간단하고 재미있는 알고리즘 퀴즈들도 있는데, 이것들은 프로그래밍의 기초는 알고 있어야 하지만 풀지 않아도 무방하다. 엔지니어가 쓴 책이라서 글이 딱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문장력이 있었다. 예를 들면 용과 기사의 퀴즈 대결로 알고리즘을 설명한다던가(기사는 '정보처리기사'라서 문제를 쉽게 해결한다. ^^). 무협지의 일부분을 가져와서 프로그래머의 내공과 외공을 설명하는 등 필치에 유연함과 재치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산만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것이 에세이인가, 입문서인가 정체가 불명확하지만, 에필로그는 참으로 아름답고 의미있게 장식한거 같다.

['등산 안내서, 여행가이드북, 컴퓨터 매뉴얼을 쓰는 저자들이 단지 그런 책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설가나 철학자들보다 폄하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중략) 이들은 진심으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세상과 공유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창조적 노동을 하는 프로그래머들의 마음이 따뜻해지면 세상이 따뜻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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