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만세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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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설이었어. 쉼없는 주절거림. 쏟아낸다. 속사포같은 메타포들의 페스티벌. 씹기도 전에 벌써 목구멍에 밀려들어 온다. 배려같은 것은 없다. 받아들일 것이냐. 죽을 것이냐.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숨이 막힌다. 머리 속을 막대기로 마구 휘저어 놓고, 잔인하게 일을 마치고 자기 갈 길을 간다. 작가는 악마다. 언어의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언어에 대한 도전이라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시적인 이미지를 잘게 썰어서, 의식의 흐름이라는 양념을 뿌리고, 척박한 사람들의 사진 위에 드레싱한다. 이것을 먹으라고 한다. 먹어 본 사람 손 들라! 전체적인 흐름은 미리 읽고 지옥에 가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325p에 옮긴이가 친절하게 지도를 그려 놓았다. 길을 잃으면 그 곳에서 피가 굳어버릴지도 모르니 미리 말해 둔다.

작가의 필치를 따라해 보려니 여간 벅차지 않다. 대화? 현실? 환상? 주절거림?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읽어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면 그냥 넘어간다. 그래도 끝은 볼 수 있으니. 백남준씨의 작품을 볼 때 어느 한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전체를 보았을 때, 순간 순간의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이 소설은 같은 선물을 준다. 선물, 좀 지독한 선물이라 유감이긴 하다. 언어가 주는 맛이라고 할까? 읽는 맛, 주절거림을 같이 주절거릴 때 느낄 수 있는 수다스러움. 그래서 이 책을 한국 사람은 제 맛을 느낄수가 없다. 아니 원문을 읽을 수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의 벽이 높다. 아니 문화의 벽이 높다.

'지옥만세'란 프랑스의 시민들이 혁명 때 외치던 구호라 한다. 현실에 대한 반어적인 조롱이다. 또한 희망에 대한 부르짖음이다. 고철을 분해하여 재활용하는 주인공이 가진 삶이 바로 '지옥만세'이다. 낮에는 세상의 온갖 쓰레기를 분해하고, 밤에는 기름이 찌든 녹슨 무덤을 벗어나려고 애쓰는 몸부림, 사랑의 목마름. 짧은 이야기이지만, 독특하고 거칠다. 대단한 각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끝까지 읽기 힘들다.

그래! 지옥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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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6 16: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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