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37
윌리엄 제랄드 골딩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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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몇 페이지만을 읽으면, 아이들이 읽는 동화처럼 느껴진다. 무인도에 갇혀있으면서도 마냥 천진난만하게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놀 줄만 알았다. 사이먼이 죽기 전까지... 뒤로 가면 갈수록 피에 물들어 점점 그 야만성을 들어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인류의 역사를 보는 듯 하다. 편을 가르고, 이유 없이 폭력을 휘두르며 힘을 과시하는 장면 하나하나에서 문명과 이성은 가면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된다. 피의 축제를 벌이고, 살육의 춤을 추는 그들의 얼굴에서는 개인의 이름과 아이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멧돼지를 사냥하듯 랄프를 몰아가는 장면은 웬만한 공포영화 못지않게 소름이 돋게 한다. 마지막 해군장교와 아이들이 조우했을 때 난 해군도 위험에 처할 줄 알았다. 그만큼 변해버린 아이들의 모습은 '파리대왕'이라는 제목 그대로 악마의 모습이었다. 하긴 전쟁을 위한 해군이나 무인도에서 창을 휘두르는 아이들이나 다를 건 없다. 인간의 야만성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 시선은 너무나 살벌했다. 마지막 아이들의 울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순수로의 회귀? 인간에의 갈망? 야만성에 대한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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