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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78년생이 78년도에 출간된 책을 2003년에 읽으니 묘한 기분이 든다. 그 시대를 살았으면서도 나는 기억할 수 없다. 어린이답게 뛰어 놀고, 학생답게 선생 말 잘 들으면서 성장한 것이 죄라면 죄. 70년대의 노동환경에 관한 정보는 얼핏 들어왔다. 노랫말에도 있지 않던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은 변해도 미싱은 멈추지 않던 그 시절.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고, 여공들이 데모하다가 전경에 뚜드려맞는 장면이 담긴 빛바랜 신문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무척이나 읽기 어려운 책 같다. 그 당시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만,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인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어서 구체적인 상황 파악이 잘 안된다. 주제 의식도 너무 무거워 감히 해석하기가 망설여진다. 문학성과 시대성의 절묘한 조화라고 할까. 기법이나 문체는 접어두고, 인상깊은 것만 추스린다면 너무나 리얼한 소외계층과 지배계층의 단절을 꼽겠다. 소외된 계층, 빈민층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부유층의 더러운 돈벌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거 같다.
8개의 손가락을 가진 지섭을 보면 재외국인 노동자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호화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간의 단절된 시각은 뉴스를 보면 흔히 느끼는 것들이다. 난쟁이와 거인의 끝없는 대립은 자본주의가 가져온 악이다. 소설에서는 비극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상사회에 대한 희망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항상 새기고 있어야 하겠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