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그 말이 아니라, 그 말 뒤에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s.버틀러-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오히려 손이 언뜻 가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렇지만 내 인생의 마지막까지 함께 갈 책인듯 싶다. 나는 책을 읽은 것이 아니었다. 법정스님을 읽었고, 그의 삶의 대한 통찰을 보았다. 그를 통하여 나를 재발견하게 되는 기쁨은 벅차게 감격적이다. 진리는 역시나 멀지 않은 것이었다. 딴 곳에 시선이 팔려 주의깊지 않았을 뿐 우리 주위에 항상 머물러 있는 것이다. 수필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내가 중심이 아닌 주변을 살피게 만드는 것.

'육신을 버린 후에는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꼭 한군데 있다. '어린왕자'가 사는 별나라' 법정 스님은 참으로 재미 있는 분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승려에 대한 이미지를 산산히 부순다. 어린 왕자가 사는 곳을 동경하고, 승복을 아니 부끄러이 여기며 극장의 조조할인을 애용하는 그는, 산 속의 승려가 아닌 우리 주위의 사람으로 다가선다. 그만큼 이 책에는 종교적 색체가 적어서 일반인들이 부담없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아름다운 장미꽃에 하필이면 가시가 돋쳤을까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났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하고 싶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바라보기. 바꾸어서 생각하기. <무소유>에서는 증오와 화가 없다. 조금만 달리 생각하여도 세상이 달라져 보인다. 나를 변화하는 힘, 세상이 바뀌는 힘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말 속에 진리가 담겨 있고, 글 속에 우주가 담겨 있으니,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의 끝은 보이지 않는 듯 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나누어 짊어진다는 뜻. 우리에게는 우리 이웃의 기쁨과 아픔에 대해서 나누어 가질 책임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다.' 그의 탈종교적 사고, 모든 진리는 하나의 나무와 같다는 그의 세계관에서 건전한 지성인의 한 모습이 엿보인다. 자기만의 오해의 세계에 빠져서 이웃을 경외시하며, 사색이 없고, 행동이 없는 지식인이 판을 치는 요즘에 그는 옥석과 같다. 소음과 악취가 넘치는 이 세상, 치졸한 소유욕만 양손에 쥐고 있는 내 모습은 그의 앞에서 너무나 초라하다. 버리면 세상의 모든 것이 내 것이거늘....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꺾이게 된다.정정한 나무들이 부드러운 것에 넘어지는 그 의미 때문일까. 산은 한겨울이 지나면 앓고 난 얼굴처럼 수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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