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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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상자를 쌓아 올리듯, 하늘을 향해 서로 경쟁하듯 긴 목을 뻗은 아파트들... 같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같은 땅을 디디고 있지만, 이웃은 없다. 네모난 공간에서 마음까지도 네모나게 서로의 모서리를 맞데고 사는 우리의 일상은 콘크리트 만큼 차가워라.

시선이 가지 않는 곳에 마음도 가지 않는다지만, 우리는 폐쇄된 공간에서 영혼의 메마름으로 미이라처럼 박제되어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버린다. 그것의 이름은 고독. 우리는 사회속에서 혼자가 아님에도 혼자가 되어감을 죽음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도 차가워라.

모자, 오이, 2...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태생부터 다른 저 셋이 호텔 선인장에서 갖는 평범한 교류에는 '아파트의 벽'이 없다. 오히려 사라지는 아파트에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끼지는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허물어진 벽은 다시 세워지지 않기에 그들의 헤어짐은 또 다른 관계의 연속이 되어라. 인연과 인연은 진한 향으로 각인되어 오랫동안 남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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