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약국의 딸들 - 나남창작선 29 ㅣ 나남신서 105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박경리라는 명성만으로 읽게 된 책이다. 부잣집이 3대에 걸쳐서 철저하게 망해가는게 주된 내용인데, 전형적인 비극으로써 다 읽고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론에서 말하듯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운명처럼 끈질기게 쫓아오는 불행은 무당굿으로도 막을 수가 없었고, 기독교적 신앙으로도 저항할 수 없었다. 무기력하게 살아 남은 자들의 슬픔을 묵묵히 바라보는 우리에게 밀려오는 공포감과 연민을 막을 수 없듯이...
운명은 절대적이다. 우리는 왜 비극을 좋아할까? 남의 불행에 우울함을 털어버리게 하는 묘한 감정적 동요는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불행하지 않은 나의 현 모습에 안위를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감정이란 분출되면 해소되는 휘발성 현상인가... 토속적이고 샤머니즘 성향이 짙은 세대와 서양사상과 물질적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적 변동이 가져오는 혼란 속에서 김약국 집안의 몰락은 기존의 질서의 파멸과 새로운 질서, 운명의 시작을 예고한다. 용빈과 용혜가 통영을 떠난다는 것이 바로 그 의미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