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가 재미가 있다. 봉순이... 투박한 이름만큼이나 성격이 무던하고, 의존적인 삶을 살았던 '그 집의 식모'. 짱이에게 가장 가까웠고, 따뜻한 심성을 보여주었던 '그 집의 봉순이'... 이 소설에서는 가족이나 다름없었지만, 결코 가족이 될 수 없었던 봉순이의 삶을 '조숙했던 짱이'의 깊은 시선으로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꽃을 카메라로 찍어내 듯이 표현한 '짱이의 기억'은 우리의 70년대를 투사하고 있다. 식모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 세대'에게 식모살이는 흑백사진의 이미지로 남는다. 먼지가 묻어나고, 모퉁이는 헤지고, 여기저기 접혀서 생긴 줄에 가려진 얼굴들...

그러나 그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삶에서는 타인으로써의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좀 더 인간적이랄까? 화려한 칼라에서 느낄 수 없는 진한 추억의 향... 운명처럼, 수레바퀴처럼 반복되는 절망의 연속일지라도 끈끈함이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억척스러움이었다. 70년대 봉순이들의 억척스러움은 희망의 동아줄이었고, 운명을 향하여 온몸으로 저항하는 -나약하지만 절대 굴복하지 않는-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인 것이다. 봉순이 언니에 대한 회상, 그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을 담고 있지만, 희망의 발견이며,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책장에 꽂혀 있는 -기억에 잊혀졌던- 앨범을 다시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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