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거꾸로 읽는 책 35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199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를 학문적으로 접근한다면 정신적으로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무미건조하고, 난해하기로 소문이 꽤 크게 났기 때문에 다가서기도 꺼림직하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항상 고민하고 있는 분야가 경제임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의 벽은 크다.

그래서 이 책의 흥미도와 가치는 크다고 볼 수 있다. 경제학의 핵심을 이루는 사상과 인물을 시대적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독자의 이해와 흥미를 극대화 시킨다. 목차를 보면 직감할 수 있는데, 자유방임시장을 예견한 애덤 스미스부터 시작하여 자유방임주의의 종식시킨 케인즈, 그리고 실패한 이상사회, 사회주의의 몰락까지 흥미진진하게 역사를 탐험하듯 전개해 놓았다. 물론 각 인물의 사상을 단 몇 십페이지 또는 몇 페이지로 이해 할수 없겠지만, 커다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교양서로써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고,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인류의 커다란 고민거리인 분배의 문제를 중심으로 경제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부자의 경제학'은 현재의 경제구조를 합리화하고, '빈민의 경제학'은 현재의 경제구조의 비합리성과 모순을 역설한다. 물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노력이 엿보이나, 따뜻한 인간애가 녹아 있는 경제학자들의 사상에 애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건설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상을 위하여 또는 현실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역사속의 경제학자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경제를 설명하려 했다.

목사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려는 모든 형태의 노력을 냉혹하게 비난하면서 사람들 사이의 경제적 불평등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옹호한 '맬더스', 지주의 이익이 사회의 다른 모든 사람의 이익을 해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애쓰면서 주식 투기로 자본가가 된 '리카도'. 자기의 조국을 위해 '국적 있는 경제학'을 창안했다가 조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만 융숭한 대접을 받은 독일의 한 우국지사는 끝내 뜻을 펴지 못하고 비극적인 권총 자살로 짧은 삶을 마감한 '리스트' 등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인물사+경제사라는 구조가 매우 흥미 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부익부 빈익빈이 극에 달하는 요즘의 경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웃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사회가 탄생하기를 갈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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