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사전
이외수 지음 / 동숭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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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좋게 말하면 언어의 유희, 나쁘게 말하면 말장난. 좋게 말하면 감성의 집합체, 나쁘게 말하면 잡동사니 수거함. 좋게 말하면 여가 활용, 나쁘게 말하면 시간 때우기. 좋게 말하면 좋은 내용들, 나쁘게 말하면 선인들의 사상 울궈먹기. 좋게 말하면 참신한 발상, 나쁘게 말하면 남는 것은 없다. 시간내서 읽으면 허무하고, 훑어보면 맛이 안난다.

내용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울 수도 있고, 한없이 무거울 수도 있다. 이외수의 시각에 때로는 유머를, 은은하게 다가오는 풍취에 취할 수도 있고, 썰렁함을 느낄 수 있다. 아쉬운 것은 한계효용의 법칙에 의하여 뒤로 가면 갈수록 무감각해 진다는 것. 확실한 것은 이 정도의 감성사전은 사랑을 하고 있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메마른 땅의 단비는 사랑이지, 이외수의 감성사전이 될 수 없다.

불행 - 행복이라는 이름의 나무 밑에 드리워져 있는 그 나무 만한 크기의 그늘이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그 그늘까지 나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 - 겨울이 오면 유년의 꿈결 속을 떠도는 바람의 혼백이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마른 쑥대풀은 소매 끝을 잡고 흐느끼는데 아이들은 언덕배기에 올라 연을 날린다. 공허한 세월 속으로 소멸의 강이 흐른다. 시어들이 죽고 바람이 분다. 낭만이 죽고 바람이 분다. 사랑이 죽고 바람이 분다. 하늘이 흔들린다. 그리움이 흔들린다. 그리움은 소망의 연이 되어 하늘 끝으로 떠오른다. 하늘 끝으로 떠올라 인연의 줄을 끊고 영원한 설레임의 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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