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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복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양영란 / 동문선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입 밖으로 흘러내리는 침을 정상적으로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기분일 것 같다.' 이 문구는 locked-in syndrom 환자의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평범한 나로써 살아갈 수 없는 저자의 이러한 상황은 '다른 세계의 특별한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행한 일들은 특정인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기에,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사치스러운 낭만이 아닐까 .
'잠수복과 나비'의 저자는 나에게 세가지 물음과 해답을 주었다. 첫째, 내 몸이 나를 가두는 틀에 불과하다면, 삶은 진정 계속 영위되고 있는 것인가? 둘째, 정신과 육체의 벽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세째, 속박과 자유로움의 경계를 구분지을 수 있는가? 이 세가지 물음에 대한 현명한 해답은 결코 쉽지 않지만, 저자의 삶을 통에서 희망의 빛으로 발견된다.
자아의 가치는 스스로를 증명함으로써 더욱 값지게 된다. 눈꺼풀의 작은 떨림으로 내적 자아와 외적 현실 사이에 놓인 벽을 헐어버리기에, 이 책 안에서 살아 숨쉬는 텍스트들은 인간의 숭고함으로 승화된다. 자유는 나비가 되어, 나비는 잠수복을 벗고 너풀거리며 날아가는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로 내 안에 각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