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 조합원 동지 여러분’(전문)

스물 한 살, 그때 저는 아저씨들이 보고 싶어 회사에 왔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출근했고 지각, 결근 한 번 안 했고 특건 한 번 안 빠졌습니다. 쥐가 빠진 물에 살얼음 낀 도시락을 말아먹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그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철판에 두 다리가 깔려 입원을 했다가도 되돌아 올 수 있었던 것도 주전자에 죽을 끓여다 주셨던 아저씨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콩두유를 사들고 오셔서 제발 한 모금만 마시라던 마음. 따뜻한 문자를 보내주시는 마음. 기나긴 편지를 써주신 마음. 무릎을 꿇고 단식을 풀라고 울던 마음. 저를 염려하시고 걱정하시는 그 깊은 마음들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저들은 여전히 30% 구조조정을 말하고 희망퇴직, 단협개악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들은 울산, 다대포, 율도의 폐쇄와 급기야는 영도의 폐쇄 내지는 축소, 플랜트 사업 등으로의 업종 전환으로 이어지겠지요.

이걸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린 필연적으로 하청으로 떠돌 것이고 이미 하청인 노동자들은 어디로 갈까요.
제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이 노숙자로 길에서 죽었습니다.

 

수백 번 저를 넘어지게 하고 수천 번 저를 일으켜 세웠던 동지 여러분. 저의 뜻이 왜곡되는 모멸감을 이기기 힘들어 단식 6일 째 마음의 위기를 겪었고 14일 되는 날 몸의 위기를 넘었습니다. 단식 16일만에 처음으로 여러분들과 마주서면서 마치 상사병을 앓던 사람이 연인을 만난 듯 다시 일어섰습니다.

사주신 콩두유는 승리하면 먹겠습니다.
16일 동안 정문과 신관 사이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여러분들 곁에 있겠습니다. 승리하는 날까지…



단식 17일째
해고자 김진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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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80 2010-02-0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김진숙 지도... 정말 빨리 승리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