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이다                   -허연 

 
길바닥에서 산다고. 왜 그렇게 사느냐고 길바닥에서 사는 사람을 원망한 적이 있었다. 내가 원했던 지붕도 서까래도 네모반듯한 문도 없는 그곳에서 왜 사느냐고, 살날도 얼마 남지 않은 그 가슴에 못을 박은 적이 있었다. 그대가 "정들면 집"이라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할 때 이미 그곳은 천국이 아니었다. 자신 있게 말하자 세상 한 귀퉁이에서 그대가 죽었다. 봄이 왔다. 살아남은 나는 그대가 길바닥에서 인간답지 못하게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꾳이 피기 시작한 어느 날부터 누워 있는 것이 두렵다. 죽음 때문이다. 아니 내가 잊을 수 없는 그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누웠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내가 미워했기 때문이다. 

행복할 수가 없다. 그대가 납작 엎드려 신음하며 살았던 몹쓸 것 천지인 세상에서 이 길바닥에서 

누울수가 없다. 길바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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