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죽을 뻔 했다.
꼭 그런 사태가 벌어지는 건 집에서 출발한지 20분쯤 지나고 부터다..
왜 배가 아플까.. 뭘 잘못 먹었나... 갈 길은 아직도 한 시간 반...
교대역에서 강남역까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초기 우주의 역사에 있어 1분은 얼마나 긴 시간이었는가...
나는 고통스러운데.. 무표정한 사람들의 표정에서 읽혀지는 편안함조차 불편해진다.
고통은 시간의 물리적 벡터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아니.. 시간은 애초부터 피부로 느끼는 감각의 실체다..
극도의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지옥은 바로 그 시간의 느려짐에 있다..
그리고 주변부와의 시각차에서 되돌아 오는 2차적 고통에서 나온다.
왜 당신은 그때의 일을 잊지 못하고 아직도 고통스러워 합니까?
질문하는 자와 대답하는 자는 동시대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세월의 치유작용은 여기에 있다.
고통을 줄이는 방법은 시간차를 줄이는 것...
경제적 민주주의도 좋고 정치적 민주주의도 좋다...
하지만 우선해야 할 것은 이 시대의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내놓을 수 있는가에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