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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ㅣ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혹자는 뻔한 이야기와 대안 없는 현상만을 말하는 가벼운 책이라 한다.
글쎄. 뻔한 이야기조차 가명을 써야 말할 수 있고, 하고자 했던 말을 거르고 걸러야 하는 현실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내놓는 책이 이전에 있었던가? 풍문으로 돌던 이야기들을 확인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더라도, 당사자들의 말이 담겨 있다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 화자가 누구냐라는 부분은 중요하다. 제 3자에게서는 행동과 용기, 그리고 자기파괴적 고뇌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할 수 없었던, 가질 수 없었기에 그래서 점유할 수 있었던 도덕적 우월성만 장착하고 있다면 누구나 무엇이든지 베어 넘길 수 있다, 단지 그 검의 위력만을 믿고 베어버리는 행위는 위력이 반감이 되며 경솔할 뿐이다. 좋은 요리를 만들려면 칼질부터 조심스러워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그들, 당사자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그리고 비판 또는 비난의 칼을 먼저 꺼내기 보다는 우리가 안고 있는 현상을 면밀하게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법을 둘러싼 우리 모두의 얼굴을 한 사람들의 참여가 돋보인다. 일단 입체적이다. 각자의 역할과 이해의 꼭지점을 선으로 연결하여 완성되는 모형은 ‘신성가족’의 실체를 그려낸다. 새로운 모습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는 원리가 좀 더 견고하고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욕망의 문제이고, 인간의 문제임을 말한다. 시스템에서 해결을 찾기에는 너무나 근원적이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권력과 관계의 모순은 치밀하게 엮여있다. 너무나 비슷한 그러나 그 크기는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선을 넘어서고 있었다. 우리 앞을 가로막는 ‘신성 가족’이 사는 담벼락에 틈이 있을까.
저자는 ‘희망적이게도’ 틈이 있음을 말한다. 툭툭 터져 나오는 비리 사건이나 로비가 세상에 공개된 것은 법조인으로써의 양심이 아직은 식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나온 틈인 셈이다. 그 틈에 뿌리를 내려 거대한 균열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외부에서의 채찍질도 중요하고, 내부에서의 자발적 변화 또한 강력한 요구가 되어야 한다. 제도는 단지 제도적인 모순만을 양산하지 않은가. 오히려 합법적이고 그들의 일탈에 거름을 내리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은가.
이 시대의 희망 찾기는 바로 틈을 찾아내고 균열을 키워 무너뜨리는 일이다.
이 책은 ‘법률사무소 김앤장’(임종인, 장화식) 처럼 수 많은 감시자와 참여자를 만들어 낼 힘을 가졌다. 물론,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것도 우리의 숙제이다. 하지만 너무 쉽게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약은 약사에게, 법은 법률가에게…
이 책에서 얻는 중요한 진실은 신성가족은 소통의 부재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특권은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쌓은 것이 결코 아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 더 대중과의 ‘거리두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알아 들을 수 없게.. 그리고 다가올 수 없는 후광을 쥐어짜내고 있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