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을 다 산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다..
더구나 고기와 노동력이 생의 목적이 되어버린 가축에게
주어진 생이란 너무나 종속적이고 제한적이지 않은가...

쓸모...
한국 사회에서 인간이건 짐승이건 경제적 능력은 존재 마저도 정의해 버리는 듯 하다..
노년에 찾아노는 고독과 쓸쓸함은 인간 사회에서 멀어져간 자신을 발견했을 때 찾아온다..
소도 제 몫을 다 했고, 인간도 열심히 살았다..
우직하게 살았지만, 늙음은 피할 수 없었다..
내다 팔라는 주변의 목소리는 그래서 폭력이다.
이건 단순히 효용의 문제로 치환해 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세월을 함께 건너는 동물과 인간을 보지 않고서 내뱉는 오물이다..

소와 함께한 40년...
소를 통해 자신을 바라본다..
소시장이 개방 되면서 소값은 추락하고, 사료값 폭등으로 '멕일 수 없고',
팔, 다리, 눈, 기관 어느 하나 제대로 동작을 하지 않아 '일할  수 없는''
소는 곧 농민이며, 나이든 인간의 모습이다...

포크레인으로 장례를 치른다..
노인은 상주가 되고, 또 누군가는 그 노인의 상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누가.. 농민의 죽음을 기억하며 상주가 될 것인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담담하지만, 그 뒤에 남겨진 그리고 계속 될
현실과 몸의 정치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은 행이다... 워낭소리는 그것을 알리는 소리이거늘...
멈출 수 없는 그것을 멈추려 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전 까지는....
우리는 쓸쓸하게 죽어갈 것이다..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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