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흑기사랜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지극히 귀족적인 영웅, 배트맨~
질서의 수호자, 위기의 해결사 배트맨에게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구원의 신비적 요소는 다 갖추고 있는 이 부잣집 양반은 이상적인 사회질서에 맞닿아 있다.
악당의 씨 말리기(?)... 그러나 그러한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커같은 악당은 해결 할 수 없다.
배트맨의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조커의 힘은 바로 강건한 질서의 성립에 뒤따르는 혼돈이기 때문이다.
영웅은 악당을 필요로 하고, 악당은 영웅이 있는 한 사라질 수 없다.
조커와 배트맨은 빛과 어둠, 파괴와 창조처럼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하비 던트라는 중간자적 인물을 통해 이러한 선과 악의 간극은 얼마나 좁은가를 보여준다. 
그가 던지는 동전은 바로 선과 악이라는 병치의 상징이며 그것은 우연처럼 잔혹하다. 
태어날 때부터 영웅도 아니었고, 악당도 아니지 않은가.
배트맨과 조커 그들 모두 동질의 세계에서 허우적 거린다.
다만, 배트맨은 그가 있는 세계의 규칙을 지킬 뿐이고, 조커는 그 규칙을 따르지 않을 뿐이다.
예견할 수 없는 결정들, 그러나 그것에 따라가는 인간의 모습은 하비 덴트의 얼굴처럼 반쪽일 수 밖에 없다.

배트맨.. 그가 수호하는 세계는 결국은 그에게 부와 명성을 안겨준 세계를 수호하기 위함이다.
과연 그가 영웅인가.. 그는 자신을 있게한 세계를 수호하는 것인가..
그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그의 사랑을 산산히 찢어버린 악당을 선택한 영웅은 과연 영웅적이었을까?
그는 한낱 가면을 지키기 위한 흑기사일 뿐인가..
 
어떻게 보면 영웅의 죽음을 필요로 하는 세계에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영웅으로 죽거나 오래 살아서 악당이 되거나... '
그가 맨 얼굴로 세상에 드러나면 하비 던트처럼 될 것을 직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배트맨이 영웅의 뒤편으로 숨은 것은 아마도 '영웅적 생의 의지'가 아닐까 ..
결국 그는 영웅(조커)을 선택했다.
이것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인간적인 배트맨의 본모습이다.
사랑을 포기하고서도 영원히 흑기사로 남아야 하는것...
'다크나이트'는 그것을 드러내는 데에 아낌이 없었다.. 

조커가 배트맨보다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존재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영웅의 죽음을 종용해야만 하는 이 시대가 대중에게 어떤 감수성을 요구하는지 가장 직설적인 질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커의 찢어진 입에서 흐르는 미소가 바로 그 증거이고, 
이놈의 심각한 세상이 남긴 흉폭한 상흔인 것이다.

점수 :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릴케 현상 2008-11-2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하도 재밌다고 해서 봤는데 전 뭐 그다지^^ 내용은 라주미힌님이 정리 잘 하셨네요

라주미힌 2008-11-23 22:53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기대만큼은 아니어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