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패 - "홈은 제대로네.
근데 폼은 카메라 앞에서 잡아야지.
어차피 연기는 다 가짜 아냐?"

수타 - "당신 연기가 뭔지나 아나?"

강패 - "별거 있나
인생 잘 만나서 편하게 흉내나 내면서 사는거지.."


세상은 리얼한가... 영화는 영화인가...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사는 자와 흉내를 내는 것에 인생을 건 자,
두 세계는 충돌하고 서로의 세계를 의심한다. 

넌 가짜고, 난 진짜다.
하지만 난 쓰레기라 불려지고, 넌 그 이름을 갖고 있지 않아.
운좋게 살아가는 인생에 뭐 별거 있겠어.
나는 진짜 피를 흘리고 살아가는데 말야...
너의 피를 보며 사람들은 흥분하지... 넌 그것에 자신에 차있어.
어디 한번 날 이겨 봐...
내 피보다 진하다면 인정해 줄게...

연기가 좀 늘었군. 연기가 하고 싶었다고?
그렇지만 너야말로 쓰레기 아닌가.
그 짓으로 먹고 사는 인생.. 부끄러운 줄 모르는군.
강한 척을 해도 강한거야.
어차피 이 세상의 주인공은 마지막에 이긴 놈이야.
대본대로 해...
뭐 진짜로 해도 내가 이길 수 있으니까 별 상관없지만 말야...


강패의 불운은 이름처럼 살아가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어진 이름으로 불려지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누군가의 부름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고, 결국엔 그 부름에 지워지고 만다.
수타는 보여지는 세계에서만이 그 존재를 확인받는, 늘 그 허상의 그림자로 살아간다. 
평범한 일상의 노출만으로도 치명적인 죽음을 선고 받기에
자신에 대한 증명은 부담이고 죄악이 된다.

둘 다.. 맡겨진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이 갖는 공통점은 그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서로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둘이 만나 서로의 세계를 엿보기 시작했다.
서로의 세계에 자신을 맡겨봄으로써 또 다른 세상에서 스스로를 실험하는 것,
서로가 원하던 실체와 연기란 무엇인지 셋트장은 치열한 실험장이 된다.





피 흘리는 세계와 그 피를 보는 눈...
관객처럼 살아가는 이 세계에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마지막 씬에서 강패는 수타가 이기게 해줌으로써 연기의 세계를 돌려주었고,
강패는 수타에게 리얼한 세계를 보여주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갔다.
온전했던 모습 그대로가 아닌, 헤지고 발기발기 찢긴 세계가 되어버린 그 곳으로...

강패 - 날 찍어. 넌 카메라야...

좀 더 리얼하게.. 
그러한 세상을 꿈꾸는 것은 관객들이 사는 세계에서만이 가능한 일인 것이다.

강패는 깡패의 삶을 연기처럼 날려버리고 싶었을까.
이 모든 것은 영화 속의 연기였다고...
모든 것은 허상이었고 그런 삶을 리얼이라고 믿고 싶었다고...
수타의 놀란 눈동자는 그것을 보았다.
강패는 마지막 연기를 했지만 비릿한 피냄새가 진동하는 참혹한 현장에 연기는 없었다.
그것은 현실이었다.

강패와 수타가 깨달은 진실은 단 하나였다.
모든 것은 리얼이 아니다... 다만 우린 리얼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그들은 수 많은 연기자들 속에 살아가는 배우인 것이다.

날 찍어.. 넌 카메라야...
그 둘은 이제 하나의 세계를 보고 있다. 

ps. 강패와 수타의 화면 구도를 유심히 봐도 재미있다...
(수타가 겉으로는 버럭버럭 개기지만,... 그는 위치상으로 낮다.. )
힘의 우열, 심리 상태를 은연히 드러내고 있으니까..
둘을 평행하게 비추는 장면이 많지만, 서 있는 사람과 앉아 있는 사람
앞 뒤 등 불균형적인 상황임을 암시하고 있다..
다른 인물들도 다 그런 식...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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