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

경기도 하남시의 한 철거현장에서 주민들이 잔재 속에 비참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ANC▶

주민들은 날은 추워지는데 느닷없이 난민신세가 돼 버렸습니다.

유충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기 자 ▶

그렇습니다.

철거 현장에는 주민들의 모든 세간 살이가 방치돼 있기 때문인데요.
철거 현장은 마치 폭격 맞은 전쟁터 같았습니다.
주민들은 조립식 집을 짓고 살아 왔습니다.
이곳에는 일주일 전만 해도 35세대가 살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지난주 급작스런 철거 작업으로 폐허로 변해 버렸습니다.

멀쩡한 가구와 냉장고 등 세간 살이가 나뒹굴고, 전날 까지 덮고 자던 이불은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습니다.
밥을 지으려 했는지 쌀을 안쳐놓은 밥솥도 뒹굴고 있었습니다.

◀SYN▶ 주민
"된장이랑 이거...어떻게 사냐고...
애들 책 좀봐 애들 책. 애들이 얼마나 충격 받겠어요"

◀EFFECT▶주민
"내동댕이 쳐가지고 어떻게해 살림을..
어떻게 하라고.."

이곳에는 전기와 수도 마저 끊겨 밤이면 촛불을 켜놓고, 끼니는 라면으로 때워야 했습니다.

물이 안나오다 보니까 빨래를 못해 옷은 일주일째 갈아 입지도 못하고,
잠자리는 천막에 스티로폼이 전붑니다.

◀INT▶ 주민
"밤에 춥다보니까 한시간에 한번씩 일어나고
깼다 또 누웠다 또 깨어나고...
애기들도 있고 같이 자니까"

◀ANC▶

이렇게 비참하게 살고 있는
이곳 주민들은 어떤 사람들 입니까?

◀ 기 자 ▶

네. 이곳 주민들은 주로 고물을 줍거나
하루 하루 품을 팔아 생활하는 사람들입니다.

이곳에는 지난 2004년 장애인 9가구가 모여
고물을 모으며 생활을 해왔습니다.

당시 전 하남 시장이 살 곳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이 땅을 내주며 살게 해준건데요.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가구수가 늘어
지금은 35가구가 살게 된 겁니다.

그런데 지난 달 19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철거를 통보한 뒤
지난주 바로 철거 작업에 들어간 겁니다.

주민들은 시장 면담을 하고
철거 연기를 요구했는데도 다음날 바로
철거를 해 주민들이 오갈 곳이 없게 됐다고
한탄했습니다.

◀SYN▶ 주민
"고양이가 쥐새끼를 몰때도 요만한 구멍을 열어
주고 모는 것이 상식아닙니까..지금 보시다시피
아프면서도 스티로폼에서 사는 것이 인간입니까"

◀ANC▶

주민들이 살던 땅이 어떤 곳이길래
이렇게 시에서 급작스럽게 철거 작업을
벌인 겁니까?

◀ 기 자 ▶

그곳은 그린벨트 지역이었습니다.

하남시는 이 지역이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어
법에 따라 통보한 뒤 불법 건축물을
철거한 거라고 말했습니다.

◀ANC▶

단지 그린벨트 지역이라면
주민들이 살림 살이 하나 챙기지 못할 정도로
급박하게 철거를 할 필요가 있었을 까요?

◀ 기 자 ▶

그 점이 의문인데요.

하남시는 불법 시설이기 때문에
철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사람이 살고 있었는지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SYN▶ 하남시
"그건 전혀 몰랐던 사실이에요, 전부 다.
(그럼 사람 사는지 몰랐어요?)
예. 전혀 몰랐어요"

하지만 주민들은 동사무소에 전입 신고도 했고,
지난 4년 동안 우편물도 받아왔습니다.

또 전기 요금도 꼬박 꼬박 납부 해 왔다고
반박합니다.

설사 또 정말 몰랐다고 하더라도,

철거를 하다가 주민 세간 살이가 많이 나오면 잠시 중단하고 융통성을 발휘해
어느정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짐을 빼고 이사할 여유를 줄수도 있지
않았을 까요?

이 질문에 하남시 공무원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SYN▶ 하남시
"쉽게 말해서 까보니까 이게 그리 나오니까...
뜯고 보니 그게 있는데 그 상황에서 빼라 할 시간적 여유도 없고,
공무원이 법 집행 하면서 우리 보고 솔직히 도중 하차 하는 거는 있을 수 없는 거고"

밀어부치기식 공무 집행만이
철거민 문제의 해결책은 분명 아닐 겁니다.

◀ANC▶

이유야 어떻든 상황을 보지도 않고
일을 추진하는 모습이 참 납득하기 힘드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아무리 인간성이 제거당한 기관의 권력이더라도
인간에게 부여받은 이상, 이성의 힘이 작용한다면,
인간성이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저것들은 불도저에 으깨지는 참혹한 현장에서 육골의 피냄새를 맡을수 없단 말인가...
가진 게 없다는 말이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로 굳어져 가는 이 세상의 참혹함을
우리는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
산다는 건... 유지해야 하는 것... 그래서 싸워야 한다는 것...
험한 세상에 험한 꼴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도 이젠 허용되지 않는다.
분명해... 이건 분명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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