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의 비극이 몸짓과 언어로 끊임없이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고 재생될 수 있는 것은 지인의 말마따나 "인간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고전이 지금까지 계속 팔"리고 있는 것이다. 리어왕은 질긴 욕망의 운명적 파멸 속에서 파헤쳐지는 인간의 진면이 무엇인가를 고아낸다. 

견디기,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끌고 가 대면하게 하고, 온몸의 세포에 반응을 살피며 마치 그것을 즐기기위해 그런 것인냥, 욕망이 삼켜버린 인간들의 순환적이고 총체적인 광기를 드리운다.

친족살해,
그것으로 마지막 인간에 대한 신뢰를 분쇄하여 그 최후의 흔적까지 용출하고자 함은, 비극이 비극이기 위한 그 마지막 가능성까지도 용납하지 않는 막장의 드라마라서?

죽음,
세대간의 갈등을 종말시키는 세대의 절멸...
하지만 모두에게 공평한 신의 섭리는 흉폭한 죽음의 신이 내리는 최선의 자비이다.

그러니 삶은 기적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인간은 비극으로 인생을 알게 되고,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운다.
신경 마디마디를 잘라먹는 듯한 슬픔이야 말로 인간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위대한 순간인 것이다.

인간 내외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선명한 조명'과 동양의 향취가 자욱한 음악이 배우를 돋보이게 한다. 자칫 '지겨운 연극'으로만 기억될 뻔 했는데, 스타카토식 돌발적인 연출을 심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설 마.. 그런 장면을....
미리 알았더라면 눈에 불을 켰을 텐데...  ㅎㅎㅎ
아쉽게도..  아쉽게도.... 

허나, KBS 사극에 고정출연하는 듯한 신하들처럼 특색없고 힘만 잔득 들어가 있는 배우들의 목소리톤이 아쉽다. 언제나 '라'에 멈춰있구나. 대사 전달이 불분명한 점도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생뚱앚는 대사가 툭툭 떨어지니깐.. 시트콤 같기도 하고...

옆 사람의 '으윽~~~, 악~, 으아~, 으으으~ '
현장감 있는 특수효과음은 특별 보너스였다.
즐거움이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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