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는 '참' 살기 좋은 동네에 살았던 것 같다.
새가 살고 있었으니까.
새가 살 수 있다면 사람도 살기 좋은 동네니까.
아침에 눈을 뜰 때쯤이면 새들이 지지배배, 짹짹, 찍찍, 저녁엔 뻐꾹뻐꾹...
(어떤 집에서는 닭도 길렀다 -_-; 식용인가... 기르던 병아리가 닭이 된건가.. 자명종 대용인가)
다양한 새들이 살고 있었다.
단층 아파트 꼭대기층에 살아서 그런지 제비집도 아주 가까웠다.
전선줄에 떼로 앉아 있는 참새도 보기 좋았다.
생명력으로 가득했던 아침의 소리...
간밤의 정적을 깨고 터져나오는 기분 좋은 소음에 싱그러운 바람과 햇살까지 더하면 ...
지금도 그 상상을 하면 기분이 좋다.
그렇다고 시골에 살았던 것은 아니다.
메뚜기도 있었고, 개구리도 있어서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시골에 가까운 동네겠지만,
엄연한 '인천직할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침묵의 봄이 되어 버렸다.
들리는 건 기름으로 굴러가는 다양한 자동차 소음 뿐.
특히 버스 소음은 지친 노동자의 숨결처럼 아주 불편하다.
검은 색과 하얀색의 새끈한 패션의 제비를 못 본지 어느덧 20년이 다 되었구나.
고작 남은 거라곤 모기와 파리와 쥐... 그리고 인간.
(이젠 파리와 쥐도 별로 없다.. 이것이 좋은 동네의 기준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없어지는 것이 많을 수록 도시에 가까워 진다.
아스팔트와 보도블럭으로 지표면을 덮어야 '꺠끗한 동네'가 된다.
나는 '새소리가 들리는가'로 동네에 대한 인상을 매긴다.
인간만 살 수 있는 곳에 산다면 인간이 인간으로 보일까...
개새끼, 소새끼를 자주 들을 수 있는 곳이라면 그런 곳이겠지.
아마도 본연적으로 자연에 가까워지고 싶어서 상대를 짐승취급하는 것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