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보고서

민간부문 유인책 없이

정부주도 단기처방만

에너지절약땐 현금지급

比민간참여 효과 호평

고유가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으면서 석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자회사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이 한국의 고유가 대책을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고 혹평한 반면, 필리핀의 민간 주도 에너지 대책을 호평해 주목된다.




아시아 국가들은 석유 의존도가 높아 고유가 파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석유 제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가격 압력으로 인해 보조금까지 줄여야 할 상황이 됐다.

따라서 아시아 각국 정부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묘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는 석유 제품과 관련된 정부 보조금을 줄였고, 우리나라는 오는 15일부터 승용차 홀짝제 등 공공부문의 에너지 사용을 강제적으로 줄일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이 9일 한국의 고유가 정책은 단기 처방으로, 석유 의존도를 줄이려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혹독한 평가를 해 주목된다. 무디스닷컴은 '석유에서 벗어나려는 아시아의 전환(Transitioning Asia Away From Oil)'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필리핀의 고유가 정책을 비교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무디스닷컴은 한국의 고유가 정책에 대해 "석유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부문을 바꾸지 않고서는 세계 5위의 석유 수입국이라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유가 대책은 실질적인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장기 전략보다 '정치적으로 편리한 단기 전략'을 채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유가가 150달러까지 올라갈 경우 민간부문의 에너지 사용까지 제한하는 2단계 고유가 대책을 발동할 예정이지만, 이 역시 아직 승용차요일제 전국 확대나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사업장의 영업시간 단축 등 정부 위주의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민간부문에서 호응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필리핀은 정부가 에너지 사용을 직접 규제하기보다 에너지를 절약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민간 주도의 에너지 절약 대책을 마련해 이 기관의 호평을 받았다. 필리핀 의회는 최근 20년의 장기 에너지 전략이 담긴 에너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대체에너지 인프라 개발에 투자하는 민간 기업에 대해 금전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존의 에너지 관련 시설과 새로 건설된 시설을 국가 전력망에 편입시키기 위해 정부 부처들을 통합하는 등의 방안을 담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이와 함께 에너지 절약 가구에 현금을 돌려주는 '캐시백' 정책도 발표했다.

무디스닷컴은 "(필리핀 정부의 정책처럼) 에너지 혁신과 절약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장기 전략적 해결책은 석유에 의존하는 아시아 경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부 주도의 해결책에 매달리는 우리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신소연 기자(carrier@arrier@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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