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환경전문기자인 조흥섭 기자의 기사 타이틀이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 마블링에 있다.

호주산 쇠고기는 훨씬 더 쌀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 안전할 수도 있다. 그들이 쇠고기 수출을 위해서 호주 대륙을 목장으로 뒤덮을 정도의 황당한 짓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일반적으로 최고의 육우는 아르헨티나산을 얘기했고, 요즘은 호주산을 얘기하는데, 80년대 이후 카길과 같은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마블링이라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어쩔 수 없이 호주산 쇠고기도 도축 직전 몇 달간 옥수수를 먹이게 되었다.

아르헨티나는 요즘 얘기하는 이력관리니, 전수관리니, 그런 것은 물론이고, 옥수수도 안 먹인다. 당연히 역대 세계 최고의 품질이라는 명예와 함께 안전성에서도 세계 최고인데, 미국산 쇠고기의 마블링 위주의 품질 기준과 WTO 체계에서의 검역기준을 통과하지 못해서 잘 수출이 안된다. 검역장치니 그런 거 아르헨티나에는 없다.

물론 요즘도 유럽의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면 스테이크 종류 중에 아르젠틴 스테이크라는 별도의 요리 항목이 끼어있을 정도로, 전통적으로 '먹어주던' 브랜드였는데, 마블링 기준이라는 것이 나오면서 완전 피박 쓴 경우다.

이렇게 개피 본 나라 중에... 한국도 들어간다. 불행한 이야기이지만, DJ 시절, 이걸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딱 한 번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그 시절 나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팀장으로 국제 협상 다니느라고 바빴고, 또 그 다음에는 총리실에 묶여있던 처지라 쇠고기 축산 문제에까지 개입하기에는 여력도, 형편도 안 되었다.

하여간 함정은 "고급 한우 브랜드"라는, 한우의 고부가가치화라는 게 걸렸는데, 이게 실제 한국 축산업계에는 독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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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한우가 마블링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전통적인 재래종은 병든 소가 잘 안된다. 이게 푸아그라와 거의 비슷한 원리인데, 재래종은 병이 잘 안 걸리니까, 신선도와 '고소함'이 높아도, 마블링 수치가 높아지지가 않는다. 국제 품질기준은, 사실상 마블링 하나로 결정된다.

쉽게 말하면, 마블링이 높은 소는, 피지혈증에 걸린 소다.

이걸 위해서 도축전 6개월 전부터 옥수수를 먹이고, 이게 grain fed라는 거다. 물론 나중에 동물성 사료를 먹이면 소가 더 잘 병에 걸리니까 이걸 전세계가 먹였고, 꼭 싸서 먹인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소가 더 등급이 높게 판정이 나온다. 물론 그렇게 해서 광우병이라는 병이 염소에서 소로 넘어오게 된 것이라고 사람들은 추정한다. 아직도 100% 정확한 것은 아니다. 자연발생적으로 이 광우병이 있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자연상태에서의 발생 가능성이 과학적으로 완전 배제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정도가 가장 최근의 논문에서 확인한 내용들이다.

하여간 이런 경로를 통해서, 미국산 쇠고기가 맛있는 거다라고 하는 신화가 태어나게 되었다. 원래 스코틀랜드에서 미국 대륙으로 최초로 냉동수출했던 그 고기는 지금 우리가 먹는 쇠고기와 아주 다르다.

소가 옥수수만 먹는다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설탕만 먹고 사는 정도에 해당한다. 당연히 병이 생기는데, 원래 등심의 일부에만 가끔 관찰되던 이 마블링의 수치도 높이고, 부위도 넓혀서, 특급 판정의 비율을 높이는 일이 벌어졌다.

한우 육우도 이 때 위기를 겪게 되고, 송아지 상태로 수입해서 키우기만 한국에서 키우는, 별 희한한 '한우'라는 게 다 생겨났다.

이렇게 해서 DJ 시절에 처음 등장한 '브랜드 한우'라는 것이 노무현 시절, 이제 완전히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이 때부터 농협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난리 부르스를 치기 시작한다.

"이제 한우의 품질도 뛰어납니다."

아니, 그럼 그 전에 먹었던 것은 열라 맛없었다는 거 아냐?

그런 건 아니다. 쇠고기의 맛이 기준이 달랐고, 한우에서 맛있다고 하는 방식과 가장 최고로 치던 궁중에서 왕이 먹던 너비아니 구이의 맛의 기준과, 마블링 방식의 스테이크의 맛이 기준이 다른 건 당연한 건데, 여기에 당한 게...

아르헨티나, 호주, 이런 전통적으로 강한 축산 강국들과, 덩달아 한국까지...

쇠고기의맛에 대한 얘기는 또 훨씬 긴 얘기들이지만, 하여간 우리는 쇠고기를 그냥 불에 구워먹는 방식으로 먹지 않았고, 고기에 칼집을 넣고, 양념을 하고, 숯불로 구워서, "고소하다"는 것과 함께 다양한 기준을 발전시킨 나라인데, 한 마디로 음식 선진국이고 문명국이었던 한국의 고기 기준이, 별 문화의 깊이 없이 그냥 구워먹는 '마블링' 기준에 당한 것이다.

일본은... 안 당했다. 훨씬 더 다양한 일본 기준 - 그 중의 상당수는 또 조선에서 유래했을 것이 분명한 - 을 문화적으로 세웠고, 그래서 1억원짜리 소라는, 또 다른 일본식 괴물이 탄생한 것이다. 하여간 일본은... 어쨌든 문화적 다양성으로 이 마블링의 공습을 피했다.

한국은... DJ, 노무현을 지내면서 지대로 당했다.

딱 한 번, 이걸 돌려세울 기회가 있었는데... 아, 하늘은 그에게 용기와 지혜를 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대가 만개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영웅이 한 번 등장했었는데, 이 영웅의 시대는 너무 짧았다. 게다가 그는 전라도 출신이라서, 한국의 주류세력들이 너무 그를 철저하게 냉대하고 무시하고 핍박했다.

90년대 중반부터 이 마블링의 기준에 대해서 새로운 반격의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여기에서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아무리 마블링이 높다고 방방거려도 잘 먹히지 않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난다.

이는 공교롭게도 영국에서 시작하였고, 이를 주도한 세력들은 우여곡절 끝에 EU 집행위원회를 장악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이 가장 절정에 달했던 것은 GMO 파동과 연계된 농업과 관련된  국민투표였고, 결국 스위스에서는 헌법을 바꾸어버렸다.

다른 나라들도 헌법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이에 해당할 정도의 조치들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에 한국은 노무현 시대를 겪고 있었고, 유럽과 호주 혹은 일본에서의 이런 조치들이 드디어 한국에도 어느 정도 상륙하려고 하는 시점, 이런 기준의 권한을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보건복지부 장관이 유시민으로 오셨으니...

학교 종이 땡땡땡...

식품안전기본법이 하늘로 날라갔는데, 그 때 이 법률 초안을 들고 죽어가던 법률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던 사람이 요즘 광우병 전문가로 전면에 나선 박상표 수의사 되신다.

그리하여, 조흥섭 기자의 '소고기 등급기준 ‘마블링’은 자본의 음모'라는 기사가 나온 이 시점에서도, 결국은...

어느 먼 나라에서 전설처럼 들려오던 얘기가 되어버렸던 것이니...

에너지와 자원 각 분야마다 이런 전설적인 왜곡이 양상을 달리하면서 다 존재하는데 - 쌀은 글루틴이라고 부르는 점성의 기준이 있다, 이것도 내용을 파보면 황당하고, 석유는 옥탄가라는 기준에 황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게 되는 긴 역사가 있다 - , 바야흐로 2008년 한국에서는 아직도 마블링이 여전히 신화되신다.

쇠고기와 마블링의 관계는, 음식과 MSG의 관계와 아주 유사하다.

차이는, MSG는 건강위해 관계가 아직도 논쟁 중에 있으나, 마블링은 성인병과의 관계에서 거의 이견이 없을 정도로 예방의학과 가정의학 분야에서는 앞으로 국민보건 정책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서...

마블링을 그만 먹으라고 하면 우리가 잘 못 알아들으니, 40세 넘으면 성인남자들, 쇠고기 좀 그만 드세요, 라고 완곡화법으로 말하는...

혈압, 당뇨, 뇌질환, 심장질환, 하여간 이런 혈관과 관련된 질병에 걸려서 병원가면 제일 먼저 금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마블링 높은 쇠고기이다.

그러니까, 쇠고기 마블링 등급도를 높은 것을 한우 축산대책이라고 하면서, 또 한 편에서는 의료보험 재정이 어려워지니까 의료보험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을 모으면...

삽질되겠다.

그것도, 아주 공포의 삽질되겠다.

삼성, 현대, 이런 거대 보험사만 없었으면, 한국도 벌써 예방의학 체계에 의해서 질병 사전관리체계와 경제의 생태적 전환이 결합되는 형태로 상당 갔었을텐데, 이 넘들이 그 체계를 막아놓고, 나중에 외국계 보험사들이 들어와서,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단장의 미아리 고개가...

2008년 한국 되겠고, 그 고개의 최절정에 MB 서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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