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와 사유를 바꾼 검색 왕국 단문형 정보 파편들의 흐름은 ''지성의 毒'' 깊은 사색없는 ''팬케이크 인간'' 전락 경고


"이제 더 이상 '전쟁과 평화'(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장편소설)는 못 읽겠다."
미국 미시간대 의대 교수이자 블로거(blogger)인 브루스 프리드먼(Friedman)은 최근 이런 고충을 주변에 털어놨다. 그는 "인터넷에서 수많은 단문(短文) 자료들을 훑다 보니, 생각하는 것도 '스타카토(staccato·짧게 끊어서 연주)'형이 됐다"며 "블로그에서도 3~4단락이 넘는 글은 이제 부담스러워 건너뛰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오늘날 지식인들조차 인터넷에 얼마나 길들여졌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미국의 기술문명 평론가인 니컬러스 카(Carr)는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 먼슬리 7~8월호에 게재한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고?'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터넷이 우리의 읽기와 사유(思惟) 방식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심층 분석했다.
오늘날 인터넷은 우리의 인식 지도이자, 소통의 매개다. 눈과 귀를 통해 정신으로 흘러 들어가는 정보 대부분이 이 통로를 거친다. 인터넷은 이렇게 수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찾아줘 인간에게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인간의 뇌를 자기 식(式)대로 길들인다. 그 방식이란 '정보 파편'들의 신속한 흐름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집중과 사색 능력은 쇠퇴한다.
이런 '인터넷 혁명'의 중심에 강력한 검색 엔진인 구글이 있다. 구글이 추구하는 것은 "세계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해 누구나 쉽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자체 검색엔진과 다른 사이트들을 통해 수집한 네티즌들의 인터넷 사용에 관한 막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보다 검색 이용이 편리하도록 하루에도 수천 번씩 알고리즘을 다듬는 실험을 한다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밝혔다. 그 결과, 정보를 찾고 의미를 추출하는 사람들의 방식에 대한 통제력을 키워간다.
구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Brin)의 말처럼 "세계의 모든 정보를 우리의 뇌, 혹은 그보다 더 영리한 인공두뇌에 직접 연결시키는 차원"을 꿈꾼다.



하지만 카는 구글로 대표되는 인터넷의 위험성은 인간의 뇌를 계량해서 최적화할 수 있는 일련의 기계적 과정의 산출로 본다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카는 "구글이 이끄는 세계에는 깊은 사색 과정에서 나오는 '경계의 모호함' 따위는 들어설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컴퓨터 연산에서 모호성은 통찰로 들어가는 입구가 아니라, 메워야 할 결함일 뿐이다.
인터넷은 또 인간 정신을 '초고속 정보처리 기계' 정도로 본다.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업체들은 우리가 인터넷 망을 옮겨 다니는 속도가 빠를수록, 즉 우리가 더 많은 링크를 클릭하고 더 많은 페이지를 찾아 볼수록 자신들의 수익은 커지고 고객에 대한 통제력도 높아진다. 카는 "이들이 제일 꺼리는 것은 한가롭게 한곳에 머물러 천천히 읽어내려 가거나, 골똘히 사색에 잠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인간은 '팬케이크(pancake) 인간', 즉 한 번의 손끝 터치로 방대한 정보망과 연결될 수는 있지만 응축된 사유의 공간은 사라진, 얇고 납작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카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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