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유림기자]
필리핀이 중국과의 농지 임대 계약에 반발하는 여론으로 들끓 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중국에 120만헥타아르의 농지를 임 (lease)하는 대가로 50억달러를 받기로 합의했다.

필리핀 정부는 중국의 앞선 농작물 재배 기술을 도입하고 필리핀 노동자들의 고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중국와의 임대 계약을 파트너십이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임대되는 농지가 필리핀의 공공 농지에서 할당될 예정이어서 농민들의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필리핀은 역사적으로 스페인과 미국에 약 400년간 지배를 당했고 독립 이후에는 일부
부유층이 무단으로 점유한 토지를 국가 소유로 되돌리기 위해 농민들이 유혈 투쟁까지
벌였다.

1987년 아키노 정권 시절 농민 1만여명이 토지의 국가 귀속과 농민들에 대한 재분배를 요구하며 마닐라의 멘디올라 다리에서 시위를 벌이다 13명이 총에 맞아 숨진 멘디올 라 학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농민들은 유혈 투쟁으로 얻은 권리를 중국에 빼앗기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부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마닐라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후앙 디에고는 "정부가 중국에의 임대를 파트너십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중국인 주인이 되고 필리핀 농민들은 노예가 되는 계약이나 다를 바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필리핀 정부와 계약한 중국 기업들은 25년간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필리핀 농민들에게 경작량의 25%를 할당하는 대가로 고용계약을 맺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민들이 반발하는데는 필리핀이 여전히 농작물 순수입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 농무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은 한해 190만톤의 쌀을 수입하는 최대 쌀 수입국이다. 전체 쌀 소비량의 16%에 달하는 비율이다. 필리핀 자체가 식량의 자급자족이 안 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농지 임대는 식량 주권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도시 개발과 빠른 경제 성장으로 경작 가능한 농지가 급격히 줄고 있어 외국에서 농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식량 조달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평균 123만헥타아르에 달하는 농지를 상실했다.

김유림기자 ky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