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봤었던가...
TV에서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이라는 영화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그 영화의 엔딩씬에서 흘러나온 강렬한 몇 마디의 선율은 나에게 소유욕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영화음악을 다루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면,
공테이프를 삼킨 카세트와 항상 대기해야만 했다.
녹음버튼을 제때 누르지 못하면 기약없는 시간만이 남는다.
제목도 모르는 곡을 녹음하는 모습은 흡사 덫을 놓고 기다리는 사냥꾼과 같다.
하지만 라디오는 야속하게도 저 곡만 빼놓고 수 많은 OST를 들려주었다.
CF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녹음은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곡의 전부를 듣고 싶었던 바람은 바람처럼 흘러갔다.
듣고 싶은 음악이 귀했던 시대.
곡을 알아야 했고,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어야 했다.
자신만의 카세트 테이프를 채우기 위해서 밤마다 음악을 들어야 했다.
음악도 인연이 닿아야 했다.
....
체념과 망각의 시대를 지나, 초고속 광통신은 기억의 신경망을 잇는다.
그리고 유년의 감흥이 인터넷에서 부활하게 된다.
'연약한 짐승'이라는 키워드에 간신히 의지한체 찾아다녔고,
마침내 듣게 되었다.


ENNIO MORRICONE
Le Professonnel(1981) - CHI M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