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그가 어딘줄 아시겄소? 갈대가 바람에 찰랑찰랑 거리고, 드넓은 개펄이 펼쳐지는 전라도 강진이어라.
입안 칼칼하고 밥맛이 없다고라~. 으짜쓰카! 그럼 강진 와서 밥 한상 받아야겄소. 강진쌀밥 한 번 잡숴보시랑께. 돈 없어 한정식 못 자신다고 겁부터 내지 마시오. 5000원짜리 쌀밥만 시켜도 푸짐허단 말이오. 전라도가 그냥 전라도간디, 그래서 전라도제.

전남 강진. 서울서 올라면 멀지라. 가찹지 않은지 누가 모르겄소. 서해안 고속도로 타고 목포 바로 코앞까지 왔다가 다시 2번 국도로 한참을 달려와야하니께. 시간도 솔찬히 걸리고, 기름값도 만만찮겄제. 그래도 밥값은 하니까 걱정 붙들어매시오. 다산초당도 한 번 댕겨오고, 백련사도 한 번 보시구랴. 근심걱정 다 잊어먹을 것잉께.
그나저나 전라도 하면 밥 아니겄소? 옛날 전라도에 이런 말이 있어라. ‘서강진 동순천’이라고. 한정식을 말 할 때 서쪽으로는 강진이요, 동쪽으로는 순천이란 얘긴디, 왜냐면 거기가 물산이 다 모이는 집합지여. 강진은 제주도와 고흥, 해남에서 올라오는 온갖 물건들이 쌓였던 곳이어라. 들판도 넓고, 개펄도 허벌나게 찰지제. 당연히 음식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을 것 아니겄소. 강진 밥상은 젓갈이 많고, 순천밥상은 생선이 많이 올라와부러. 밥상 귀퉁이까지 반찬으로 빼곡 메꾼 밥상 한 번 받아보면 그놈의 반찬들이 나 좀 잡숴봐 함시롱 손님 목구녕만 들여다보고 있는것 같어. 백반을 시켜도 기본 반찬이 열댓가지요, 한정식을 시키면 그나마 반찬수를 세는 게 무의미해불제. 찬그릇 우에다 찬그릇 쌓아올린디 그걸 어떻게 다 묵겄소. 보기 좋은 것만 먹어도 배부른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나왔던 해태식당, 음식명가로 꼽혔다는 청자골종가집 같은 명소는 서울샌님도 다들 아실것이고. 그럼 5000원 짜리 밥만 살펴봅시다.
병영의 설성식당 가봤나 모르겄네. 거긴 한상이 2만원인디, 둘이 묵어도 2만원, 넷이서도 2만원이어라. 석쇠에다 구운 돼지불고기가 고소하제. 근데 거기선 서울서 온 손님이라도 폼은 못잡소. 그 집서 소주를 시키면 술잔을 안줘부러. 스뎅 밥 그릇에 술따라 마셔야쓴께. 그게 40년 전통이랍디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밥상을 찍을라글면 아줌마들이 “앗따 사진찍을 줄 알았으면 미니스커트 입고 올것인디” 함서 농을 건네지라. 말도 찰지게 하고, 은근짜를 놓는 그런게 전라도의 재미여. 누가 서울처럼 “아줌마 백반 둘이요” 이렇게 시키간디. 오늘 눈이 씀뻑씀뻑하고, 어깨가 뻑쩍지근한디 뭐 쪼까 맛있는거 없으까~잉, 이렇게 시켜야제. 그라믄 주인 아줌마가 오늘 김장한지 어찌 알았으까 함시롱 돼지수육이라도 내놓제. 말이 쪼까 샜는디 설성식당 가차히 있는 수인관도 그동네에선 맛이라면 막상막하여라. 값도 비슷하고, 돼지불백이 좋아서 요그도 사람들이 많이 몰린갑서라. 수인관을 더 높이치는 사람도 있당께요.
강진읍 우체국 옆골목에는 부성회관 5000원 짜리 백반도 정갈스럽지라. 군청직원들이 많이 가는 집이제. 시골서는 군청직원들이 많이 찾는 집이 음식 솜씨가 좋다고 보면 된당께. 부성회관 문 열고 들어가면 밥상마다 흰 종이가 깔려있는디, 첨 온 사람은 여그서 백반시키면 안된갑다 속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오. 근디 그런 걱정 말고 백반 주쇼하면 1인당 5000원에 차려준다요. 반찬은 한 열댓가지 되는디 지난 주말에는 맑은 동태북어장국허고 민어찜 한토막이 눈에 띄더랑께. 한 서울 손님이 묻드만 “그럼 1인당 2만원짜리 3만원짜리 한정식은 뭐가 달라요” 라고. 집주인이 한정식은 갈비도 올라가고 칠레산 아닌 진짜 흑산도 홍어도 올른다고 자랑하대. 그래서 그 손님 “사람 셋인디 민어 한토막 더 없소?”한께 슬그머니 삶은 돼지고기를 갔다주드만. 부성회관 옆집 향미정은 고깃집인디 점심 때는 백반을 팔어. 이 집 밥맛도 솔찬하제.
그나저나 올해는 매생이가 많이 나와야할 것인디 걱정이오. 매생이도 모르시요? 거 파래같이 생겼는데 더 보드랍고 몰랑몰랑한 것 못봤소? 요즘은 해장에 좋다고 소문나 서울 사람도 많이 찾는 모양입디다. 근데 그게 찬바람이 불적에만 나와라. 작년에는 날이 따수와서 매생이 공급이 딸렸당께. 올해는 작년맨키로 날이 푹하면 안될 것인디 걱정이제.
아 참, 전라도 사람들은 뭘로 밥집을 평가하는지 아시오? 젓갈과 김치여. 토하젓 한 번만 맛보면 딱 알제. 토하란게 민물새운디 요걸 찹쌀밥과 양념을 섞어 만들어라. 집집마다 맛이 다 달라. 왠만한 밥집에서 다 토하젓이 나온당게요. 물론 한정식 밥상은 삭힌 홍어 같은 것으로 평가를 허겄지만.
이제 맛난 밥 자시고 배가 따땃해지셨으면 영랑생가 백련사 다산초당 한 번 댕겼다 와봐야지라. 영랑생가는 영랑 김윤식슨상의 집이여? “오매 단풍들겄네”했던 바로 그 시인 아시지라. 그 집이 참 예쁘제. 가을엔 장광 옆 돌담에 노란 은행잎이 예쁜디 지금은 다 져부렀을꺼고.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넘어가는 산길도 좋제. 20분 정도 걸린디, 옛날 다산 선생이 넘나들다는 길이랑께. 그나저나 목민심서 쓴 다산 슨상님이 요 세상에 태어났다면 한 숨 푹 쉬겄어라. 나랏님 뽑는데 이리도 어지러울질 누가 으찌 알았으까…글구 강진만은 꼭 가봐야 허요. 백련사에서 보면 바다가 출렁출렁한 거기가 강진만이어라. 강이 아홉구비로 넘실거려서 구강포라고 했는디 지금은 모양이 많이 변했구만이라. 매립해서 그렇게 돼부렀소. 당시 주민들이 매립을 엄청 반대했다드만. 바구니 하나만 들고 개펄만 가면 반찬꺼리가 한가득인디 논 맹글자고 개펄 메꾸라 했겄소. 쌀밥 걱정하던 시절에 바다 메꾸면 다 좋다고 생각했겄제. 그 찰진 참꼬막도 이젠 많이 없고, 반지락도 옛날처럼 많이 안 나는것 같은게 맘이 쪼까 언짠구먼. 어쨌든 다산초당 쪽 해안도로를 타면 강진만 개펄이 구비구비 펼쳐지진당께. 햇빛이 살랑살랑 오글오글 반짝반짝 모여있는 개펄은 얼마나 이쁜지 안보면 모르지라.
입맛 깔깔허고, 밥맛 없으면 강진 한 번 오시구랴. 나 5000원짜리 밥인디, 서울서는 그 돈에 나만한 밥 찾기 힘들어라. 여긴 밥 좋은 남도, 전라도에서도 소문난 강진이어라 강진!.


〈강진|글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사진 박재찬기자 jcphotos@kyunghyang.com


※이 기사는 맞춤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라주미힌 2007-11-2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맛 좋아부러~

토토랑 2007-11-2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가보세요
백련사가 절 확장하면서 옛날의 오붓한 맛은 없어졌지만..그래도 좋아요 ^^
강진청자 박물관도 보시구요. 그 보호수라는 큰 나무도 보시구요.

순오기 2007-12-0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매~ 참말로 전라도 말이 맛갈나구만이라~~~ 나가 전라도서 18년 살아본께 요로코롬 이상시런 말도 다 알아듣는다 이말이여라~~ 참말로 전라도 말이나 음석이 솔찬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