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 ㅣ 김겨울기자]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일 뿐이다. 직접 연관이 있는 재경부, 국세청 등에 대한 로비 규모는 훨씬 크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에서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5일 털어놓은 삼성그룹의 생존방식이다. 삼성그룹 법무팀에 들어간 게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고백한 김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검찰 및 재경부, 국세청 등 고위 관리직에게 해마다 정기적으로 뇌물을 돌렸다"고 폭탄선언했다.


삼성그룹의 전방위적인 로비.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을까. 김용철 변호사는 "전직 검사출신인 자신은 현직 검사를 관리하는 게 주요업무였다"며 인맥을 통한 로비 방법에 대해 간접적으로 밝혔다. 즉, 전직 타이틀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해 현직 관계자를 포섭한다는 것. 실제로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을 살펴보면 과거 '한자리'했던 거물급 인사로 가득하다.


특히 전력기획실 법무팀과 그룹 계열사 사외이사의 경우 대법원, 국세청, 청와대 등에서 근무한 핵심인력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이에 대다수 국민들은 "삼성그룹의 화려한 영입인사들이 삼성의 로비창구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삼성그룹을 삼성공화국으로 만든 골드인맥. 스포츠서울닷컴에서 정리했다.


◆ 법무팀장은 노 대통령 최측근


삼성그룹의 법무실은 웬만한 로펌 보다 규모가 크다. 현재 삼성을 담당하는 법무실 소속 변호사 수는 170여명. 국내 최대 규모다. 변호사 커리어 또한 국내 최고다. 우선 실장 자리(사장급 대우)를 맡고 있는 이종왕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다. 사법시험 17회 동기로 노 대통령의 친목 모임인 '8인회' 회원이다. 노 대통령 탄핵 당시 변호인단으로 활약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종왕 변호사를 필두로 서우정 변호사, 김수목 변호사, 신홍철 변호사, 여남구 변호사, 이기옥 변호사 등이 법무실을 이끌고 있다. 서 변호사는 23기로 특수부 부장 출신이다. 김 변호사와 이 변호사 역시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이용호 게이트'와 '린다 김 사건'을 담당해 주목을 받았다. 여 변호사와 신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다.


이 외에도 삼성은 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를 법조인 출신으로 대거 구성해 법조 인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삼성SDI는 장준철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를, 삼성전기는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을, 삼성전자는 정귀호 전 대법원장을, 삼성중공업은 고중석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삼성증권은 신창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삼성화재보험은 김영철 전 법무연수원장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 재경부 및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


사외이사의 역할은 이사회에 참여해 집행간부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견제하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17개 계열사에 적게는 2명 부터 많게는 6명 정도의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17명이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고위 관료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참고할 때 견제의 기능 보다 다른 기능(?)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우선 국세청 관료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다. 삼성물산 사외이사인 사상주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삼성 SDI 사외이사인 최병윤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삼성전자 사외이사인 황재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삼성정밀화학 사외이사인 박병일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2국장, 삼성증권 사외이사인 이주석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이다.


다음으로 제일기획 사외이사인 서승일 전 대통령 비서실 조세금융 비서관, 삼성전기 사외이사인 강병호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남궁훈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장, 에스원 사외이사인 김영섭 전 관세청장, 삼성엔지니어링 사외이사인 박인주 전 인천세무서장 등도 내로라 하는 금융관료 출신들이다. 이외에도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사외이사에 이갑현 전 외환은행장, 삼성중공업 사외이사에 손수일 전 산업은행 부총재 등을 임명해 금융권 인맥도 닦았다.


◆ 사외이사, 또 다른 로비창구 의혹


삼성그룹이 법조계 및 정·재계에 어떤 방식으로 로비를 하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게다가 삼성그룹이 가지고 있는 골드인맥이 로비에 동원됐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 관계자들은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목적이 뻔히 보인다"며 사외이사 제도의 왜곡을 걱정했다. 심지어 삼성그룹 관계자 또한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외이사를 회사에 도움이 되는 여러 분야 전문가로 임명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며 견제 기능을 간과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김선웅 좋은기업지배연구소장의 우려와도 일맥상통했다. 김 소장은 "사외이사 역시도 회사와 이해관계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보니 행정부나 법조계 쪽 고위 인사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로비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위주로 영입한다. 소위 권력 기관의 사람들이 대기업으로 들어오는 절차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자격을 제한할 기준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외이사라는 게 경영진이나 대주주로부터 독립해 기업의 가치 보호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 시스템에선 대주주가 사외이사 선정에 관여하고 있다. 대주주 입장에서 경영 감시가 잘 이뤄지지 않는 가까운 사람을 뽑게 되는 건 당연하다"며 역할 왜곡을 막기위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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